진정 소중한 것

2026.06.08 15:13:30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동유럽의 어느 목장. 목동이 수백 마리의 양 떼를 몰고 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실개천 쪽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양 떼를 안전하게 마을로 이끌기 위해서는 실개천을 건너야 합니다. 목동이 먼저 실개천을 건넙니다.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양들은 목동이 건너가는 것을 보고도 실개천의 끝자락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한 아이가 다가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목동에게 묻습니다.

"이 많은 양 떼들이 망설이고 있는데 어떻게 몰고 건널 수 있나요·"

그러자 목동은 양 떼의 무리에서 새끼 양 한 마리를 골라 자기 어깨에 둘러메더니 말합니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단다."

목동은 둘러맨 새끼 양 한 마리와 함께 성큼성큼 실개천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순간, 그 새끼의 어미 양이 망설임 하나 없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니 목동의 뒤를 따릅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수백 마리의 양들이 일제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무사히 건너기 시작했고 한 마리의 양도 빠짐없이 건너편으로 모두 이동합니다.

캐나다의 동부 도시 몬트리올. 어려서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자수성가한 가장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자 결혼했고, 아들이 생겼고, 평소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의 인생에 있어 한 가지 버킷리스트였던 최고급 스포츠카를 샀습니다.

어느 날, 차고에 있는 차를 손보러 들어가던 그는 이상한 금속성을 들었습니다. 바라보니 자신의 어린 아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못을 가지고 아빠의 스포츠카에 낙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그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손에 쥐고 있던 공구로 아들의 손을 가차 없이 내리치고 말았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아들은 대수술 끝에 손을 절단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수술이 끝나고 깨어난 아들은 넋을 잃고 앉아 있는 아빠에게 눈물을 흘리며 빌었습니다.

"아빠, 다시는 안 그럴게요. 용서해 주세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을 불구로 만든 아버지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저녁, 차고에 주차해 놓은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으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자살하기 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스포츠카에 그의 아들이 남긴 낙서였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때때로 우리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뒤에야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울고불고합니다. 아내가 늘 차려주는 밥상이 가장 소중할 수도 있고, "오늘은 좀 귀가가 늦었구나"하고 버릇처럼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말씀 한마디가 소중할 수도 있습니다.

'분신들의 요구 사항을 대하면 언제나 나는 두부모처럼 흐물흐물 부서져 내린다. 텔레비전의 채널 선택권이 항상 제일 끝 차례이다. 공사간(公私間)에 오종종하게 널린 대소사(大小事)의 최우선은 항상 가정사가 된다. 내가 죽으면 친척이나 친지마저도 내 옆자리를 택해 웃음 머금고 담소를 즐기겠지만, 가족만큼은 눈물지으며 가장의 죽음을 애통해할 것이기에.'

필자가 오래전 졸작(拙作)에 새겼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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