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이름만 보고도 추억의 맛을 회상하며 찾아가게 되는 집이 있다. 어느 순간 사라진 독특한 이름의 가게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진천군 초평면에서 문을 연 '부엉이골'도 그런 가게다. 수년간 닫았던 세월이 있었음에도 곳곳에 부엉이골의 재탄생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 부리나케 찾아온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전태선 대표도 당황할만큼 '부엉이골'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덕이다.
살던 동네 지명을 이름으로 붙였던 '부엉이골'은 진천군 문백면에서 지난 2003년 처음 시작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집에서 한두 번씩 삶아주던 염소 요리가 입소문이 나면서 가정집을 개조해 열었던 가게다. 한적한 동네까지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에게 보양식을 대접하며 자리를 잡았고 탕, 전골, 수육,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준비하며 규모를 키웠다. 김치 맛이 좋다는 손님들의 말에 딸과 함께 밤새워 700포기씩 김장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 해먹던 대로 좋은 재료를 고집한 맛깔난 찬들로 상을 채웠다. 1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운영하면서 꾸준히 단골을 맞았다. 푸짐한 손맛과 정성 어린 상차림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는 평가를 덧붙이며 다시 찾아오는 가게가 됐다.
오랜 세월 몸의 피로가 쌓였을 때 인근 지역 산업단지 개발을 계기로 가게 문을 닫고 잠시 몸을 추슬렀다. 수고로움이 덜한 가게를 생각하다 얼마간 포장마차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부엉이골의 맛을 기억하는 손님들의 요청이 계속됐다. 망설이던 태선씨에게 지인과 가족들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지난해 다시 흑염소 전문점을 시작하게 됐다. 장소는 옮겼지만 10년 넘게 유지했던 '부엉이골'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만큼이나 그 이름에 애정을 가진 이들이 있을 것을 알았다.
함께 세월을 지난 사람들이 먼 곳까지 다시 찾아와 그때 그 맛의 기억을 더듬는다. 처음과 똑같이 시간을 들여 여러 번 핏물을 제거하고 오가피 등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가마솥에 삶는 것이 냄새 없는 요리의 비법이다. 익힌 고기를 찢고 남은 뼈는 다시 오랜 시간 끓여 사골처럼 묵직하고 뽀얀 국물을 만든다. 깊은 맛이 우러난 국물에 중량을 재지 않아도 저울이나 다름없는 손으로 한가득 쥐어 올리는 고기양도 누구나 만족스럽게 느끼는 푸짐함이다.
환자나 어르신들이 보양식으로 많이 찾아오는 만큼 고기의 질감도 신경 쓴다. 서너 시간씩 삶아 고기양이 줄더라도 쉽게 씹어 넘길 수 있도록 부드러운 맛을 추구한다. 아픈 가족을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와 포장하는 손님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이 많은 이유다.
염소를 못 먹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부엉이골을 찾아오는 것은 전문점 못지않은 닭 요리 때문이다. 2시간 전에 예약하면 먹을 수 있는 능이 토종닭 백숙과 닭볶음탕으로도 태선씨의 음식 솜씨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처 예약하지 못하고 급하게 찾아온 이들은 능이 삼계탕과 녹두삼계탕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휴무 없이 오전 10시부터 운영한다. 겨울에는 월요일 휴무를 지켰지만, 날이 더워지면서 잦은 전화 문의가 이어져 휴무를 없앴다. 다만 오후 3시부터 2시간은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옮긴 가게 옆에 밭을 일구고 김장 배추, 파, 고추 등을 재배해 손님상에 싱싱함을 전달하는 것도 고마운 손님들에게 표현하는 정성이다. 여전히 직접 담그는 김치는 물론 여름에는 오이 김치로, 겨울에는 오이장아찌로 무치는 반찬도 빈번한 판매 요청을 고사하기 바쁘다. 조금씩 방앗간에서 갈아 오는 신선한 들깻가루와 들기름을 특제 고추장 양념장에 더해 향긋함과 고소함을 끌어 올린다. 고기는 물론 채소를 찍어 먹어도 감칠맛이 다르다.
음식을 대접하는데 사소한 요소는 하나도 없다. 과정마다 조금씩 쌓인 태선씨의 정성이 만족스러운 한 그릇의 기억으로 부엉이골을 남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