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하이웨이를 가다

2026.06.08 16:59:32

[충북일보] 낯선 여행을 꿈꾼다. 파키스탄 카라코람하이웨이 종주 전부터 끝없이 설렌다. 가족과 친구들이 말린다. 위험한 곳엘 왜 가느냐고 성화다. 그러나 어찌하랴, 맘은 이미 걷고 달린다.

***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일

나는 산을 걷고 오르는 여행을 아주 좋아한다. 물론 전문 산악인은 아니다. 그래도 한여름에 눈 쌓인 산이 얼마나 장관인지를 너무 잘 안다.

2001년인가 지리산을 처음으로 종주했다. 그때부터 산과 걷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동안 제법 많은 길을 걸었다. 백두대간, 각종 정맥과 지맥 등을 누비고 다녔다. 네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다. 차마고도 등 중국 동티베트 길도 걸어봤다. 스페인과 프랑스 피레네산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은 히말라야까지 끈을 이었다.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됐다. 히말라야의 웅대한 대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에게 푹 빠졌다. 이번엔 열린 마음 여행자들의 성지, 카라코람으로 간다. 순수가 변하지 않을 땅, 그곳에 머문다. 타는 목마름을 해결할 고원으로 향한다.

떠나는 일은 설렘이고 모험이다. 낭가파르바트와 K2가 있는 파키스탄을 찾아간다. 분쟁의 위험이 있는 지역이다. '스탄'이란 글자는 왠지 조금 두려운 어미(語尾)다. 금방이라도 총을 겨누고 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새 그런 이미지가 내재해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웃하고 있으니 더 그런 것 같다. 최근엔 이란 때문에 더하다. 그래도 날 것 그대로의 풍경이 보고 싶어 떠난다. 자연이 숨 쉬는 모험의 땅을 찾아간다.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를 동시에 만나볼 요량이다. 파미르에 머물며 쉬려 한다. 히말라야는 장엄하고, 카라코람은 날카롭다. 힌두쿠시와 파미르는 부드럽다.

걷기 여행은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난다. 쉼과 걷기의 간격은 점점 줄어든다. 쉬는 시간은 자꾸 길어진다. 그때 잃어버린 영혼을 찾기도 한다. 참으로 기막힌 선물이다. 길 위에 아로새겨진 역사와 풍경도 만난다. 종종 세상에 하나뿐인 내 매력도 발견한다. 떠나야만 만날 수 있다. 카라코람 산군엔 수천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다. 아름다운 풍경과 삶의 향기를 찾을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한적한 롯지의 허름한 의자나 편편한 바위에 앉아서도 볼 수도 있다. 거기서 마시는 커피 맛은 기막힐 게다. 카라코람하이웨이로 가기 전 꿈에서 먼저 여행을 즐긴다.

카라코람, 힌두쿠시, 파미르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뛴다. 파키스탄에서 '스탄'을 빼고 '파키'를 즐긴다. 비로소 안전해진 느낌이 든다. 낯선 파키스탄을 그린다. 예상을 벗어난 낯선 오지 여행을 꿈꾼다.

*** 넘버원 아닌 온리원의 삶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신발에 바람을 달고 떠난다. 어느새 카라코람행 비행기 안이다. 메마른 고원의 만년 설산이 다가온다. 하얀 장관이다. 하늘을 품은 눈부신 호수가 반짝인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느껴진다. 캄캄한 밤 별들이 인도한다. 거기 그곳에서 자연과 사랑을 해보려 한다. 산자락에 숨어 있는 오지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눈부신 자연의 속살을 만져보려 한다. 천성이 여유롭고 따뜻한 여행자들과도 말을 섞어보려 한다.

온몸으로 하는 모험을 즐기려 한다. 은유로 세상을 보고 사유로 삶을 번역해보려 한다. 돌아오는 길에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으면 한다. 살아 있음이 작은 혁명이길 바란다.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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