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충청북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교육학 박사
'입학식에는 개성 있는 다양한 여러 학생이 모여 있었는데 졸업식에는 개성 없는 비슷한 학생이 한곳에 모여 있다'. 대학 시절 읽었던 책에 담겼던 문구이다. 비록 40여년 전 당시의 교육 실태를 표현하는 예일 수 있다. 개성의 상실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예일까· 이 문구는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전적 의미로 '개성(個性)'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취향과 특성, 또는 각 개체의 독특한 특성을 의미한다.
반대 개념으로 짐바도(Zimbardo, 1970)에 의해 제시된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는 개념이 있다. 몰개성화(de-individuation)는 집단 상황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여 충동적이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몰개성화를 이해하면 과감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평상시에는 멀쩡하던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놀라곤 한다. 평소 운동 경기를 TV 시청하거나 직관하는 것을 즐기는데, 야구장에 가면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주변 관중들의 통일된 유니폼이나 응원 분위기도 한몫한다. '나'라는 사람이 특정 야구팀의 팬이라는 느낌이 '나'를 잃어버리는 몰개성화를 초래한 것이다.
짐바도(Zimbardo)는 몰개성화에 빠지게 되는 조건으로 익명성(Anonymity), 책임감 분산, 집단 소속감, 집단 규모를 들고 있다. 익명성은 어떤 상황에서 더 공격적이고 더 잔인성을 보일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인식될 때, 더 극단적인 행동도 과감하게 할 수 있다. 집단을 우선하거나 집단의 규모가 크면 몰개성화는 더 활성화된다.
몰개성화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의식과 자기통제를 잃게 된다. 외부의 자극이나 즉각적 감정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둔감해진다. 이 상태에서는 개인의 도덕적 기준이나 자기 통제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극단적인 행동이 강화될 확률이 높다. 몰개성화 행동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행동 패턴과 대조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면 레이처와 그의 동료(Reicher, Spears, & Postmes, 1995)들은 몰개성화가 개인 정체성의 상실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정체성을 더욱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잘 활용하면 '득'이 되고, 잘못 활용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몰개성화 현상으로 개인의 자아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무질서한 행동의 경향성도 있지만, 반대로 집단 내 규범과 가치를 공고히 하는 사회적 정체성이 강화되어 그에 따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확실한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이러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우리 그리고 함께'라는 공공선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집단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집단도 개성이 있는 개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발전할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은 몰개성화를 넘어 개개인의 고유한 취향과 창의적이고 바른 개성을 지닌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집단이 형성되어 평화로운 사회와 공동선을 만들어가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