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가까운 공원엔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현충시설이 있다. 그런 공간을 찾아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걸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짙어진 나무 그늘 사이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청주시민신문 6월호를 만들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도 공원이었다. 복대동 진재공원, 수동 삼일공원, 가경동 발산공원, 오창 중앙근린공원은 모두 시민이 산책하고 쉬어가는 익숙한 공간들이다. 그러나 그 안에 6·25 참전유공자 기념탑, 3·1운동 민족대표 동상, 항일독립운동 기념탑, 무공수훈자 공적비 같은 현충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지나치기 쉽다.
우리는 공원에서 계절을 만나지만, 그곳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머물고 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늘 걷던 길도 조금은 다른 표정으로 다가온다.
보훈이라고 하면 왠지 엄숙한 행사장이나 멀리 있는 기념관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보훈은 꼭 특별한 날, 특별한 장소에서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산책길에서, 벤치에 잠시 앉아 쉬는 순간에도, 무심코 지나치던 기념탑 앞에서도 마주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만남이 더 오래 남는다. 일부러 마음먹고 찾아간 기억보다,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기억이 더 깊이 남을 때가 있다. 생활 속에서 만난 기억은 우리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평화는 공원의 그늘처럼 가까이에 있다. 너무 익숙해서 그 고마움을 잊기 쉽다. 아침에 출근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저녁이면 가족과 밥을 먹는 하루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잊고 산다. 그러나 현충시설 앞에 잠시 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누군가의 젊음과 용기, 돌아오지 못한 시간 위에 오늘의 평범한 일상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념탑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때로 많은 말을 걸어온다. 그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오늘의 평화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청주시민신문을 만드는 일도 어쩌면 이와 닮아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시의 장면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시민들이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6월호의 현충시설 기획이 내게 특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창한 설명보다, "우리 동네 공원에도 이런 기억이 있었구나" 하는 작은 발견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6월에는 가까운 공원을 조금 천천히 걸어보면 좋겠다. 익숙한 길 위에서 낯선 의미를 만나고, 무심코 지나쳤던 기념탑 앞에서 잠시 마음을 멈춰봤으면 한다. 보훈은 과거를 붙잡아두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더 소중히 살아가게 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으로 걷는다면, 익숙한 공원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걸음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평화가 어디에서 왔는지, 조용히 마음에 새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