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충청권 산업 현장에 '안전 경고등'이 켜졌다. 대학 연구실부터 국가 핵심 반도체 생산라인, 방산 사업장, 핵연료 시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화학물질 유출 및 폭발 사고가 잇따르며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 충청권에서 발생한 화학 사고는 총 99건에 달한다. 특히 2024년에는 한 해에만 37건의 사고가 발생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자 또한 76명으로 집계돼 지역 안전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산업 현장의 구조적 허점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대형 사고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께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로켓 추진체 고체연료 잔여물을 세척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각각 5명과 3명의 희생자를 낸 바 있다. 8년 사이 같은 장소에서만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이 반복되면서, 안전 관리 부실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께 청주시 SK하이닉스 M15·M15X 공장에서도 불소 계열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1명이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공장 내 근무자 3천6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충북대학교 실험실 유독 가스 누출(14명 부상)과 올해 1월 대전 한전원자력연료의 육불화우라늄(UF₆) 누출 등 대형 산업·연구 시설에서의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현장과 동떨어진 형식적 안전관리'를 지목한다.
충북지역 환경공학 전문가는 "대다수 산업 현장의 안전 매뉴얼이 실제 위기 대응이 아닌 서류 증빙용 요식 행위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출·폭발 감지부터 초기 대응까지 자동화된 시스템 구축과 노후 설비 교체, 선제적 행정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며 "반도체와 방산 등 고위험 공정은 물질 특성을 고려한 복합적인 위험 관리가 필수"라고 제언했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개별 사업장의 사고는 지역사회 전체의 재난으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당국이 특별 점검에 착수했으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내 집 앞이 정말 안전한가'라는 시민들의 물음에 관계 기관이 얼마나 실질적이고 무게감 있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소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