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시민과 함께한 고구려 역사탐방

2026.06.15 17:04:07

이상대

충주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한반도 유일의 고구려비가 우뚝 서 있는 역사문화도시 충주에서 시민들과 함께 중국 내 고구려 역사 유적지를 직접 돌아보는 역사문화탐방을 충주문화원에서 진행해 참가하게 됐다.

필자는 고구려 남진 거점이었던 국원성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작성하며 오랜 시간 고구려와 관련한 사료를 확인했지만, 정작 중국 현지 답사는 처음이었기에 이번 여정은 나에게 설렘과 막중한 책임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중국은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왜곡 시도인 동북공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으로,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하고 우리의 뿌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11일 심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심양 공항에 도착한 뒤 고구려의 도읍지였던 집안 지역으로 이동했다.

교과서와 연구 논문 속 사진으로만 수없이 접했던 광개토대왕비(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碑)를 마주하는 순간 책장 너머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고구려인들의 거대한 기상과 자부심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비석의 명문을 바라보며 가슴 한편이 묵직해졌다.

이후 장군총과 환도산성 등의 장엄한 규모는 왜 고구려가 당시 동아시아를 제패한 나라였는지 고스란히 말해 주고 있었다.

둘째 날에는 평지성인 국내성과 제사 유적인 국동대혈을 답사하며 고구려의 도성 체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고구려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최고 등급인 '5A(AAAAA)급' 관광지로 지정해 고구려를 체계적으로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고자 하는 씁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은 집안박물관과 환인 오녀산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더욱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시 안내문 곳곳에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다루고 있으며, 시민들과 함께 왜곡된 역사를 마주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험준한 산세 위에 요새처럼 솟아오른 오녀산성을 오르며 마음을 굳건하게 다잡았다.

셋째 날은 본계의 수동굴을 거쳐 요양과 심양으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도 거대함에 감탄했던 요양 백탑과 광우사 등을 돌아보며, 이 지역에 겹겹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청나라의 기틀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심양고궁을 답사한 뒤 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탐방은 단순한 유적지 관람을 넘어, 충주가 지닌 고구려사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한반도의 충주 고구려비와 만주 벌판의 광개토대왕비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하나의 역사적 줄기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처럼 현장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살아있는 역사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번 탐방을 계기로 충주고구려비의 가치를 품은 충주 시민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나 역시 장쾌한 고구려 역사를 되새기며 장부위지궁당익견(丈夫爲志窮當益堅)의 자세와 공직의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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