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도시가 보내는 경고와 '시민 거버넌스'의 이정표

2026.06.10 17:57:16

이경진

충북보건환경연구원 대기보전과 지방환경연구사

도시의 품격과 풍경은 시각적 미와 코끝으로 이어지는 후각적 정취, 즉 '냄새'로 결정한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하수도, 산업단지, 축사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를 자주 마주하곤 하는데 이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정주 여건을 훼손하고 우리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무서운 환경 수용체 중 하나다.

오창의 변화가 증명한 '현장 중심 거버넌스'의 힘.

최근 청주 오창 지역의 공기가 눈에 띄게 맑아지며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질적인 악취 민원으로 몸살을 앓아온 오창 민원 건수가 2022년 212건에서 2025년 67건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수동적 민원 제기 방식에서 벗어나 취약 시간대에도 현장을 누비며 직접 체감한 악취의 성상과 발생 시점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해 행정과 기업에 실질적 개선책을 요구한 주민 주도의 '오창 악취환경지킴이'가 있다. 이는 시민 주도의 자발적 감시 체계가 실질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 성공적 '민·관 환경 거버넌스 모델'의 정석을 보여준다.

'점'에서 '면'으로, 충북 전역으로 퍼지는 맑은 바람.

이제 오창의 성공 경험을 충북 전역의 환경 취약 지역으로 확대·재생산해야 할 때다. 각 지자체는 오염원 특성에 맞는 '주민 자율 환경지킴이' 조직을 상설화하고 이들의 활동 기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북 전체의 '디지털 악취 지도(Odor Map)'로 통합하는 광역 대응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확장은 정책적·기술적 패러다임의 전환과 맞물려야 비로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무인 측정기와 자동포집 장치로 52% 민원 감소 효과를 거둔 충주시 사례와 전국 최초로 기상 관측망과 악취 확산 모델링을 연계하여 야간 오염물질 실시간 추적·감시로 단속 효율을 3배 이상 끌어올린 '나주시 악취통합관제센터'의 고도화된 모델 또한 충북도가 지향해야 할 나침반이다. 이에 발맞춰 행정의 전문성 고취와 전담 인력 확대가 선행돼야 하며 영세 농가나 노후 사업장이 고효율 악취저감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매칭 지원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져어야 한다.

행동하는 주권자가 만드는 '숨 쉴 맛 나는 도시'.

악취는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동시에 도시의 환경 관리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직한 지표다. 오창 악취환경지킴이의 행보는 '참는 시민'에서 '행동하는 주권자'로 진화한 시민 의식의 방증이다. 따라서 시민 지킴이의 책임감, 공직자의 소명의식, 그리고 선제적 정책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미래를 향한 투자를 할 때 충북은 비로소 '숨 쉴 맛 나는 품격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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