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란 그 사물을 함축된 말로 대신 나타내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이든, 동식물의 이름이든, 아니면 땅의 이름이든 그 대상에 대하여 그 특성을 가장 나타내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함박꽃(큰 박처럼 크고 풍성한 꽃), 원앙새(사랑으로 함께 하는 새), 진달래(부드럽고 온화한 봄꽃), 고사리(굳세면서 꼬여있는 연한 촉감의 가지), 소금쟁이(쏨쟁이-긴 다리로 물위를 걸어다니며 뾰족한 주둥이로 쏘는 벌레) 등의 예를 보면 동식물의 생김새, 색깔, 쓰임, 그리고 생태와 특성까지 반영하고 있으며 이름 속에서 문화와 언어와 자연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은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은 성과 이름으로 구성되는데 성은 가문을 이어받기 위하여 바꿀 수가 없고 일반적으로 두 자로 이루어지는 이름 속에는 집안마다 돌림자가 있어 또 바꿀 수가 없으니 이름 지을 때 선택권은 한 글자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 세글자로 이루어지는 성명을 들으면 의미가 없는 기호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름을 듣고 그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이름은 죄수 번호나 차량번호와 같은 숫자 기호나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좋은 이름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그런 불편을 절실히 느낀 나머지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은 부르기를 삼가고 자(字)와 호(號)를 지어 부르지 않았는가· 본명(本名)은 태어났을 때 부모에 의해 붙여지는데 족보에만 쓰일뿐 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으므로 휘명(諱名:부르기를 삼가야 하는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따로 짓는 이름으로 호(號)가 있는데 아호(雅號) 또는 별호(別號)를 지어 불렀으며 거처하는 곳(所處以號)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所志以號),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으며, 거처하는 곳이나 지향하는 뜻이 바뀜에 따라 호가 달리 사용되기도 하고, 기호가 많아지면 호는 늘어나게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자(字)는 윗사람이 본인의 기호나 덕을 고려하여 붙여준 이름이고 호(號)는 나의 환경, 취향, 지향하는 뜻을 감안하여 내가 짓는 것이니 나의 특성을 나와 남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부르는 진정한 나의 이름들인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중에 '미친말'이라는 이름의 라코타족 추장이 있었다. 영어로는 Crazy Horse라고 부르며 본명은 타슝카 위트코(Tašuŋke Witko)로서 '그의 말이 미친 듯이 용감하다'는 의미이며 라코타족이 라틴문자를 이용하여 정한 언어표기법에 따라 표기한 이름이다. 그는 1840년경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에서 태어나, 1877년에 사망한 원주민 지도자이자 탁월한 전사였는데 이름이 그의 삶의 지표가 되었고 이름대로 살아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언들은 자연 특성이나 사람의 특징을 본 따서 이름을 짓는다. 출생 전후나 어린 시기에 부족 내의 경험 많은 어른이나 주술사, 또는 가족들이 지어 주는데 개인의 정체성과 부족 내 역할을 상징하며, 자연과 인간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짓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화와 긴밀히 연결된 의미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손이 꽁꽁꽁'이라는 이름은 태어난 날의 추운 날씨를 나타내며, '사라진 나무'나 '연기 자욱한 대지의 강'처럼 자연 현상을 담은 이름, '남자다운 용감한 신을 대신하는 재판관'처럼 그 인물의 성격, 태어나던 환경, 부족에서의 임무 등 그들이 가진 상징적 특성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인디언식 이름은 단순한 명칭을 넘어서 그 사람의 특성이나 삶의 상황을 반영하는 의미 깊은 표현이 들어 있어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좋은 이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의 이름이란 그 사람의 모든 특성과 환경, 그리고 부모와 사회의 기대와 미래의 삶까지 포함하고 있어 삶의 지표가 될 때 좋은 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땅의 이름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지형적 특성과 환경과 미래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름이 좋은 이름임을 인식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명과 지명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