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용암동 '행복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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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6 14:15:53

[충북일보] 메뉴를 결정하기 어려울 땐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주인장이 선정한 재료와 코스 '오마카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비단 선택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인장의 손길에 맡기면 하나하나 애써 메뉴를 고르지 않아도 일정 시간동안 음식을 고루 즐길 수 있다. 신선한 재료와 그에 어울리는 조리법, 변화가 있는 메뉴 구성도 새롭다. '오마카세'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지 못하는 하나의 장벽은 가격일 것이다. 가볍게 즐길 수는 없는 부담이 망설임을 만든다. 2024년 청주 용암동에서 시작한 최창훈 대표의 행복카세는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3만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즐기는 행복한 '오빠카세'를 선보인다. 맛을 잘 아는 40~50대 단골들의 재방문이 가장 많은 이유는 당연히 가격을 상회하는 코스 구성과 맛이다.

행복카세의 출발은 누구나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코스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학 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던 배드민턴을 직업으로 삼지 않게 되며 다른 방향을 찾았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낚시 덕분이다. 중고등학생 때는 학교에 가기 전 새벽녘 낚시터에 들러 낚시하다 등교 할만큼 열정적이었다. 배드민턴 다음 생각이 물고기로 이어질만도 했다. 횟집에서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기술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일본으로 건너가 지인의 가게에서 일하다 우리나라와는 또다른 먹거리 문화를 접했다. 거창하게 차려놓고 먹는 것 대신 퇴근길에 들러 한잔 술과 함께 하는 요리다. 주방장 마음대로 내놓는 요리는 한가지 메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양하게 즐기는 매력이 있었다.

최창훈(사진 왼쪽 두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행복카세에서는 일상의 고민을 덜어놓고 대표가 준비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 된다. 보통 8가지에서 11가지로 구성이 달라진다. 직접 만든 명란소스에 가벼운 채소류를 찍어 한잔 술을 시작하고 오늘의 죽으로 속을 달랜다. 전복, 명게, 해삼 등 제철 해산물이 한데 모여 계절을 알리면 이어 그날 좋은 것으로 골라온 제철 생선회가 올라온다. 한 종류일 때도 있고 여러 종류의 생선이 조합될 때도 있다. 그날 아침 창훈씨의 눈에 들어온 물 좋은 생선이 주인공이다.
싱싱한 활어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짧게 숙성해 찰진 식감을 살린다. 회로 계절감을 익혔다면 그 다음은 든든하게 배를 채울 메뉴다. 감칠맛나는 양념 소스를 더한 물회가 나오기도 하고 생선 구이나 조림 등 제철 요리와 그날의 튀김 등 날마다 다른 요리가 풍성하게 식탁을 채운다. 행복카세의 코스는 늘 변화하지만 한결같은 메뉴도 공존한다. 첫 번째는 국내산 닭목살을 중화풍으로 요리한 직화닭목살볶음이다. 짭쪼름하게 불맛을 입힌 닭목살은 행복카세에서 개발한 메뉴다. 마무리로 제공되는 메뉴도 고정이다. 한우 사골과 도가니를 12시간 이상 끓인 한우 도가니 전골이다. 뽀얀 국물과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이 음식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절대 빠질 수 없는 행복카세의 시그니처다. 재료 수급 등을 이유로 하루 이틀만 빠져도 단골들의 볼맨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탕이나 전골로 대체해 보기도 했지만 한우도가니 전골의 만족감을 상기하며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회와 닭목살 볶음, 한우도가니전골은 행복카세의 대표 메뉴이자 코스 메뉴의 상징이 됐다.
ⓒ행복카세 인스타그램
특별한 날을 위한 예약 서비스도 있다. 인원과 가격대를 정해서 3~4일 전에 VIP 코스를 예약하면 문자로 조율하며 원하는 메뉴 중심으로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늘 먹는 단골들이 생일이나 회식 때 활용하는 행복카세의 특전이다.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는 덕에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부담없이 찾아온다. 코로나 때 힘들었던 군 시절을 떠올리며 군인들은 3명이 함께 오면 1명은 값을 제해주는 따뜻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단골들에게 늘 문자로 특별한 메뉴를 공지하며 소통하는 것도 SNS가 서툰 중장년층을 위한 배려다.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수준급 요리에 행복해진 손님들이 다음 행복을 기대하며 가게를 나선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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