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버터 향 가득한 브리오슈 번 사이에 바삭한 가장자리와 갈색 표면의 패티가 조화롭다. 부드러운 빵 아래 패티가 여러 질감으로 씹힌다. '헝그리팍스' 스타일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진 소고기 덩어리를 뜨거운 철판 위에 올리고 얇게 펴서 지그시 눌러 굽는 스매쉬드 버거다. 두꺼운 패티에 익숙한 이들이 보기에는 언뜻 얇아 보이지만 한입에 존재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을 극대화해 육즙을 가둔 감칠맛이 쫄깃하게 씹는 맛에 재미를 더한다. 작정하고 햄버거를 내리눌러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촉촉하고 찰진 패티다. 지방과 살코기를 적절히 섞어 비법으로 반죽해 제대로 구운 결과다.
2024년 청주 오창에서 시작한 '헝그리팍스'는 상권에서 약간 떨어져 있음에도 손님들이 기꺼이 찾아오는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오전 10시 40분부터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헝그리팍스 박찬호대표
햄버거는 간단해 보이는 음식이지만 사소한 디테일로 맛이 달라진다. 한입 가득 여러 재료의 조합으로 맛을 즐기는 음식인 만큼 소스의 맛과 양, 패티의 굽기, 채소의 양 등 작은 요소들이 하나로 모인다. 비슷한 재료의 활용으로도 맛의 차이가 나는 것은 요리사의 실력 차이다. 헝그리팍스는 조리 방식이나 소스의 배합 등 전반적인 요리에 박찬호 대표의 경험이 녹아있다. 10여 년 몸담았던 공무원 생활을 과감하게 접고 아내와 함께 떠났던 뉴질랜드에서의 시간이다. 뉴질랜드에서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요리학교에 다니며 짬짬이 근무한 음식점부터 졸업 후 수년간 일한 유명 레스토랑에서도 다국적 요리를 접했다. 스텝에서 헤드쉐프까지 올라가는 동안 배우고 익힌 요리 기법은 어느 나라에 한정되지 않은 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리의 자산으로 몸에 남았다.
몇 가지 이유로 한국에 돌아온 뒤 아내 조은지 대표의 고향인 진천에 머물며 이곳에서의 요리를 시작했다. 코로나 등 파고를 겪으며 배달 전문점으로 시작한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집으로 자리 잡은 것은 5년 간의 성장 끝에 만들어진 헝그리팍스의 색깔 덕분이다.
헝그리팍스에서는 수제버거만 준비하는 보통의 수제버거 가게들과 달리 직접 구운 사워도우 등을 이용한 프리미엄 샌드위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브리오슈 번과 다른 사워도우가 같은 패티도 다르게 느껴지게 만든다. 15가지의 수제버거에 5가지 종류의 샌드위치 메뉴가 채워진 메뉴판이 여러 손님의 구미를 당긴다. 스리라차마요, 비비큐 소스, 랜치 소스, 아이올리 등 소스 하나하나에 자신의 기법을 반영해 정성을 담는 것도 맛의 장치다. 낮은 온도에서 익힌 마늘 콩피를 활용해 오일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등 소스까지 세심한 한 끗이 맛을 좌우한다.
설탕을 녹여 점도를 맞추고 빵 위에 뿌리는 글레이즈드 헝팍은 패티와 치즈의 짭짤함에 번의 달콤함이 녹아내리는 궁극의 단짠메뉴다. 양파와 피클 등이 적절히 씹혀 부담스럽지 않게 균형을 맞춘다. 토르티야에 소고기 패티와 살사소스, 핫소스, 헝그리소스 등으로 멕시칸의 풍미를 더한 타코 버거도 별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은 대표 메뉴다. 튀긴 양송이버섯과 트러플 오일의 매력으로 여성 고개들을 사로잡은 머쉬룸BBQ버거나 단백질을 양껏 섭취하기 위한 손님들이 자주 찾는 패티 4장의 네장파괴버거 등도 헝그리팍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함이다.
ⓒ헝그리팍스 인스타그램
모짜렐라 치즈에 특제 튀김옷을 입히고 매콤하게 끓인 기름으로 매운맛을 더한 넓적한 치즈스틱은 하교길 학생들의 걸음을 이끈다.
재방문 고객들의 비율이 높은 만큼 헝그리팍스에서 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찬호씨의 목표다. 배고픈 순간 망설임 없이 헝그리팍스를 찾아오는 단골들이 흔쾌히 새로움을 받아들이며 그 열정을 지지한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