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시력 때문에 외출 할 때면 가방에 꼭 챙겨 넣는 것이 돋보기안경이다. 오늘은 새로 산 청소기 사용 설명서를 보기 위해 돋보기안경을 찾았다. 빼곡하게 적힌 작은 설명서를 한 손에 들고 미간을 찌푸린 채 다른 한 손으로 가방을 뒤적이는데, 낯선 감각의 물건이 손에 잡힌다. 예쁘게 포장된 작은 사탕 봉지다.
내가 살고 있는 문화도시 충주에는 '책이 있는 글터'라는 큰 서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얘들아, 책 읽어줄게>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층에 마련된 '어린이서가'에서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작가들이 읽어주는 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책과 동심을 함께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김선정 시인이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을 읽어주었다. 외롭고 말이 적은 아이 '동동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통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김선정 시인은 그 자리에 함께한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작은 알사탕을 예쁘게 포장해 나누어 주었다. 그때 받아 든 알사탕이 가방 안에서 고개를 내민 것이다.
김선정 시인보다 앞선 주말에 나는, 일본 작가 요시다케 신스케의 철학 그림책 중 하나인 '이게 정말 나일까·'를 준비해 읽어주었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보는 '이게 정말 나일까' 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혼자 있을 때의 나와 학교에서 나. 친구와 있을 때의 나와 동생과 있을 때의 나를 알아보며, 상황에 따라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내용이다.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형제가 있었다. 책 읽어주는 작가가 질문을 던지자 형이 옆에 있는 동생의 팔을 들어주었다. 번쩍 올라간 자기 팔과 형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질문에 답하던 동생이 이번에는 형의 팔을 들었다. 동생의 귀여운 복수에 아옹다옹하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순수함은 어머니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형제의 비밀 이야기도 끌어내어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었다.
'책이 있는 글터'에서는 책 판매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 모임과 작가와의 만남은 물론 인문학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사람이 머무는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인 <얘들아, 책 읽어줄게>를 통해 서점에 온 아이들 또한 다양한 책을 직접 펼쳐보며 스스로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이 서점에 오면 좋은 점은 조용한 공간에서 천천히 생각하는 힘을 키우게 되고, 책의 표지, 그림. 문장을 만나며 풍부해지는 감성과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만화책을 보다가 과학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동화책 한 권 때문에 글쓰기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서점은 정답을 배우는 곳이라기보다 호기심을 배우는 공간이다.
요즘 아이들은 모두 바쁘다. 학원 가야 하고, 방과후 활동도 해야 하고, 학교 숙제와 예체능까지 하다 보니 주말도 꽉 채워진 일정이다. 놀 시간보다 해야 할 것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권해본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는 보물창고, 조용히 상상하는 쉼터. 그림과 이야기를 만나는 놀이터에서 책 읽어줄게. 얘들아, 서점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