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커피잔 / 송명복
하이얀 암석 같은 잔
빙 둘러선 작은 호수 안에
적도 아래 뜨겁게 끓던 태양이
검붉은 강 되어 흘러든다
산토스 농장의 땀방울
상파울루 부둣가 노동의 숨
콜롬비아 고원의 붉은 흙
그 모든 시간이
이 잔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모카포트에서 피어오른 크레마
황금빛 거품 위에
검은 피부 농부의 사랑이
잔잔히 번져
오늘 내 입술에 닿는다
하얀 잔은
세계를 품은 작은 호수
나는
그 깊이를 마시며
목마름을 적신다
- 시집 <다향> (주디자인, 2026년 3월 26일) 16 ~ 17쪽.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셨을 때가 생각납니다. 에스프레소라는 말이 이국적이고 뭔가 있어 보여서 카페 직원에게 '에스프레소가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카페 직원은 '커피 원액인데 권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필자는 '무슨 커피가 원액이라고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습니다.
에스프레소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자마자, 강하고 쓴맛에 당황했습니다.
'도저히 못 먹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카페 직원에게 갔습니다.
'컵을 줄 테니, 물을 넣어서 드세요'라고 카페 직원은 말했습니다.
송명복 시인이 제3집 시집 '다향'을 출간했습니다. 송명복 시인의 '하이얀 커피잔'은 시집 '다향'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이얀 암석 같은 잔'
시적 화자는 커피잔을 '하이얀 암석' '작은 호수'로 표현합니다. '검붉은 강'은 커피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양이' '검붉은 강 되어'라고 하니, 커피는 날씨가 더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가 봅니다.
' 그 모든 시간이'
시적 화자는 '산토스 농장' '상파울루 부둣가' '콜롬비아 고원'을 생각하며 커피가 생산되고 이송되는 과정을 상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과정을 '그 모든 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땀방울' '노동의 숨'의 시어는 커피를 생산하고 이송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보이는 듯합니다.
'검은 피부 농부의 사랑이'
'모카포트'는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입니다. '머신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진한 농도의 에스프레소 급 커피를 만든다.'라고 합니다. '크레마' 는 '에스프레소 추출 시 고압으로 빠져나온 기름과 이산화탄소가 유화되어 생기는 미세한 거품층'을 말합니다.
'검은 피부 농부의 사랑'의 시어는 '사랑'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가 보인 듯합니다.
'세계를 품은 작은 호수'
시적 화자는 커피잔을 '작은 호수'라고 하며 '세계를 품은 '라고 합니다. 품었다는 의미는 '농부의 사랑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요즘 신세대는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강한 맛의 커피를 마실까, 의아해하지만 사실 외국에서 설탕을 넣어서 마신다고 합니다. 물을 적게 넣어 마시면 더 부드러워지겠지요.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셔 봅니다. 커피의 강한 향기를 느끼니, 송명복 시인의 시, '하얀 커피잔'이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