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청주공항 철도, '연결'이 아니라 '격상'이 필요하다

2026.05.12 14:03:00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천안에서 청주공항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이 본격 착공 수순에 들어섰다. 국가철도공단과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총연장 57km 규모로 추진되며, 이 가운데 8.5km는 신설, 나머지는 기존 경부선·충북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업비도 기본계획 이후 조정되면서 최근 기준 약 5,610억 원 규모로 제시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 착공과 2030년 준공 목표가 공식화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지역 간 연결을 넘어, 경부선과 충북선의 병목을 완화하고 수도권과 청주공항을 직접 연결하는 국가 교통망 구축 사업이다. 실제 계획상 서울역~청주공항역 직통 운행이 반영돼 있으며, 개통 시 서울에서 청주공항까지 이동시간은 약 1시간 2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는 청주공항을 충청권 지방공항이 아니라 수도권 남부와 중부권을 함께 아우르는 광역 관문공항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사업 방향은 이 철도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계획은 기존선을 개량하는 일반철도 방식에 머물러 있고, 철도 위계 역시 간선 보강 사업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 수도권과 공항을 직결하고, 향후 충청권 광역철도와 연계될 노선이라면 이제는 "철도를 놓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수준의 철도를 만들 것인가"를 다시 묻는 결기가 필요하다.

수도권과 연결되는 철도라면 최소한 광역철도급 기능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선로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생활권이 연결되지 않는다. 이동시간, 배차간격, 환승 편의, 회차체계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철도는 '생활 인프라'가 된다. 청주공항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사업의 본래 목적을 고려한다면, 수도권 직결과 충청권 생활권 통합을 동시에 담아낼 운영 개념으로의 격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선로의 구조적 한계다. 이 노선은 경부선 천안~서창과 충북선 서창~청주공항을 잇는 구조로, 앞으로 수도권 직통 열차, 충북선 일반열차, 충청권 광역철도, 공항 접근 수요가 하나의 축에 중첩될 가능성이 높다.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와 언론 보도에서도 장래 선로용량 부족과 병목 우려가 제기되어 왔고, 단일 운영 개념으로는 급행·완행·일반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 결국 열차는 늘어나는데 속도와 정시성은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설계 단계에서 최소 세 가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첫째, 급행·완행·일반열차의 기능을 분리할 수 있도록 대피선과 유효장, 회차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둘째, 장래 운행량 증가에 대비해 주요 병목구간의 추가 선로 여지와 사실상 복복선화 가능한 구조를 염두에 둔 토목 계획이 필요하다. 셋째, 청주공항 연계 기능을 강화하려면 단순 통과형 노선이 아니라 공항 접근 중심의 운영체계가 설계도면에 반영돼야 한다.

정거장 계획도 보다 전략적으로 다듬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계획은 천안·전의·오송 등 기존역을 활용하면서 서창은 개량하고, 북청주역은 신설하며, 청주공항역은 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이설하는 구조다. 특히 청주공항역은 현 위치보다 공항에 더 가깝게 옮기는 방식으로 계획돼 있어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갖춘 조치이지만, 여전히 도시 성장축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점에서 강내권 검토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흥덕구청 이전과 대규모 체육·복합개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강내 지역에 정거장을 두게 되면, 청주 서부권 성장축과 오송·청주 도심·공항을 잇는 다핵형 철도망 구축이 가능해진다. 노선의 북측 연장 논의 또한 더 이상 주변 의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 초정과 내수 지역은 관광·정주 기능이 커지고 있음에도 철도 접근성이 취약하고, 청주공항 배후권 확장 측면에서도 연결 필요성이 적지 않다.

또한 통합 청주 최초의 읍으로 북부권의 관문 역할을 수행했던 내수역이 활용된다면, 내수는 단순한 회차역이 아니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초정지구의 발전과 함께 광역철도형 운행의 분기(장래 동서횡단철도)·회차·환승 기능을 담당하는 전략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철도는 현재 수요만 따라가는 인프라가 아니라 미래 수요와 공간구조를 만드는 인프라이므로, 내수 연장은 균형발전과 공항 배후 생활권 형성의 관점에서 중장기 검토 과제로 명확히 위치 지워야 한다.

운영 계획도 생활형 서비스 기준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시된 계획은 EMU-150 차량을 기준으로 서울역~청주공항역 직통을 하루 19회 운행하는 방안인데, 이것만으로는 지역 내 출퇴근·통학 수요까지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수도권 직통 열차와 별도로, 대전~증평 또는 오송~청주공항 축에 셔틀형·광역형 열차를 촘촘히 배치하는 복합 운영체계가 있어야 이 노선은 '가끔 이용하는 철도'가 아니라 '매일 이용하는 철도'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선택의 문제다. 지금처럼 최소 비용과 최소 기능에 머문다면 천안~청주공항 철도는 개통 직후부터 용량 부족과 서비스 한계를 드러내는 '아쉬운 철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철도의 위계를 광역·간선 복합축으로 격상하고, 선로 용량과 정거장 기능, 운영체계를 선제적으로 확장 설계한다면 이 노선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국가 핵심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설계와 착공이 교차하는 결정적 시점이다. 이미 사업은 개량 중심의 일반철도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 정거장 기능과 운행 개념, 장래 확장 여지를 설계에 반영할 시간은 남아 있다. 천안~청주공항 철도를 단순한 연결선이 아니라, 청주공항의 위상을 높이고 충청권 미래 공간구조를 바꾸는 '한 단계 격상된 철도'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철도는 한 번 놓으면 수십 년을 간다. 지금의 선택이 충청권의 다음 100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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