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밥심으로 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음식은 일상의 즐거움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다. 당원병(Glycogen Storage Disease, GSD) 환자들이 그렇다. 당원병은 체내에 저장된 당원(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심한 저혈당과 간 비대, 성장 지연 등을 유발한다. 환자와 가족들은 하루 세끼를 넘어 밤중에도 혈당을 확인하며 긴장의 시간을 살아간다.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새벽마다 눈을 뜨는 부모들의 삶은 결코 평범할 수 없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제한적이며, 국내에서도 전문 연구와 학술 교류 기반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5월 22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리는 '국제 당원병 심포지엄'은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당원병을 중심에 두고 열리는 국제 학술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와 유럽의 의료진이 모여 최신 치료와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의료인인 의대생들도 함께 참여해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무엇보다 이번 심포지엄은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행사는 이윤지 작가의 《간호사로 사라지다 당원병 환아 엄마로 살아지다》(정미소 출판사, 2026) 북토크로 시작된다. 의학적 논의에 앞서,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듣겠다는 취지다.
학술 프로그램 역시 다채롭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강윤구 교수, 정밀의학과 양세정 교수를 비롯해 이탈리아, 네덜란드, 미국의 당원병 전문 의료진이 강연자로 참여해 당원병으로 인한 간 질환 및 치료제 개발 현황,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동향 등 글로벌 임상 경험과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이어서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 정책과 향후 과제를 공유하며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AI 기반 만성질환 관리 애플리케이션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당원병 관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본코리아, 서울우유 등의 기업은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식품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시식 행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기술과 정책, 산업과 의료가 함께 연결되는 자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당원병 환자인 고등학생과 한국당원병환우회 대표의 발표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행사가 마무리된다.
희귀질환은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의 연구와 기업의 기술,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사회적 관심이 함께할 때 환자들의 삶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이번 국제 당원병 심포지엄이 국내 희귀질환 치료와 연구, 환자 지원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다른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더 많은 연구와 사회적 연대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