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같이 자라는 아이들

2026.05.11 15:03:58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참 예쁘다. 활짝 웃는 모습이 눈부시다. 햇볕 드는 창가에 서서 화초를 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햇빛처럼 맑다.

남쪽으로 향한 교실 창가로 햇빛이 놀러왔다. 얼마 전 한국어학급 친구들과 맑은 유리병에 심은 양파와 고구마, 접란이 있는 곳으로 마실을 온 것이다.

햇빛과 어울려 놀더니 어느새, 양파는 하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새의 부리처럼 초록색 잎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고구마는 하얀 뿌리를 물속에 내밀기 시작했고 접란도 하얀 뿌리를 내리더니 가지에 붙어 온 꽃봉오리를 감싸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어학급 친구들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가끔 밖에 산책을 나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화초를 마련한 것이다. 평소 버리기엔 아까워 모아두었던 유리병과 양파, 고구마, 접란을 함께 키워보려고 학교에 가져갔다. 그리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유리병에 물을 붓고 뿌리가 잘 내리도록 심었다.

먼저 유리병을 하나씩 들고 화장실에 가서 물을 받아오도록 했다. 유리병이라 좀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미리 조심하도록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들에겐 그 설명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은 유리병에 물을 받고 싶어 조바심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건성으로 크게 대답을 하며 화장실로 달아나다시피 달려갔다.

언제나 날다람쥐처럼 뛰어다니던 중국에서 온 남자아이에게는 좀 키가 크고 무거운 유리병을 주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가 보았다. 조심하라는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듯하더니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여주어 나는 뒤에서 웃으며 바라볼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도 유리병에 물을 받아 살금살금 물이 쏟아질세라 무릎을 굽히고 속도를 늦춰 거북이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마치 잠자리나 메뚜기 등 곤충을 잡는 것처럼 숨죽여 걷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복도에서 걸어다니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는데…. 순간 아이들이 부쩍 커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교실 안이 시끌벅적해졌다. 아이들이 햇빛이 들어오는 남쪽 창가에 모여 식물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도 등교하자마자 달려와 양파의 뿌리나 잎이 자라는 모양을 관찰하며 키를 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즐거워했다. 접란이 꽃을 활짝 피울 때는 꽃송이를 먼저 발견한 친구들이 소리를 질러 알려주기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말을 보내고 등교를 하니 또 작은 변화가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얗게 뿌리를 내리던 고구마가 보일 듯 말 듯 작은 잎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식물보다 오래 기다린 만큼 감동이 배가 되었다. 흥분한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 가까운 곳에서 보겠다며 아예 고구마를 유리병에서 꺼내 위, 아래를 훑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걱정스러워 다가가면 이미 누군가가 나서서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다시 넣으며 눈으로만 보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화초처럼 자란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교실 분위기 또한 더 따뜻해졌고 아이들 사이도 한결 가까워졌다. 서로 국적이 달라 가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지만 양파와 접란, 고구마를 관찰하면서 서로 도와주며 챙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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