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물빛 따라 걷다 보면 절경…영동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봄의 유혹

강선대·함벽정·용암·수두교까지…산·강·숲 어우러진 충북 대표 힐링 코스

2026.05.11 11:09:28

영동군 양산면 금강변에 조성된 ‘양산팔경 금강둘레길’과 송호금강 물빛다리 일대 전경. 금강과 산세, 들녘이 어우러진 풍경이 봄 정취를 더하고 있다.

ⓒ영동군
[충북일보] 강은 천천히 흐르고, 숲은 조용히 바람을 흔든다. 영동군 양산면 금강변에선 요즘 '걷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봄빛 짙어진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 이야기다.

이 길의 매력은 단순한 산책에 있지 않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금강과 절벽, 송림과 들녘 풍경이 차례로 펼쳐진다. 풍경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어느 순간 여행자는 길보다 풍경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송호관광지와 금강 일대를 따라 조성된 약 6㎞ 순환형 코스다. 천천히 걸으면 2시간 남짓 걸린다. 강변 흙길과 나무 데크길, 짙은 숲길이 고루 이어져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은 양산을 휘감아 흐르는 금강변 절경 여덟 곳, 이른바 '양산팔경'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둘레길에서는 양산팔경 가운데 2경 강선대를 시작으로 3경 비봉산, 4경 봉황대, 5경 함벽정, 6경 여의정, 그리고 8경 용암까지 모두 여섯 곳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1경 영국사와 7경 자풍서당 역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특히 천태산 자락에 자리한 영국사는 천년 은행나무와 고즈넉한 산사 풍경으로 유명하다. 고려시대 이야기를 품은 사찰과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둘레길의 백미는 단연 강선대다. 절벽 위 육각정자와 소나무숲, 그리고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예부터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강선대를 지나면 숲길이 이어진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 소리, 금강 물빛이 번갈아 걸음을 붙든다. 혼자 천천히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고,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더없이 좋은 길이다.

최근에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로 알려진 수두교 일대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금강 위로 노을이 내려앉는 순간,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송호관광지와 둘레길을 연결하는 '송호금강 물빛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길이 288.7m의 보도현수교인 이 다리는 금강 위를 부드럽게 가로지른다. 전통악기 해금을 형상화한 곡선 디자인 덕분에 다리 자체가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여행의 끝에는 영동 특유의 맛도 기다린다. 금강 민물고기로 끓여낸 얼큰한 어죽과 바삭하게 튀겨낸 도리뱅뱅이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강바람 맞으며 한참 걷고 난 뒤 먹는 따뜻한 어죽 한 그릇은 여행의 피로까지 부드럽게 풀어준다.

영동군은 수목 식재와 야간 경관 조명 등 관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금강둘레길을 전국 대표 걷기 여행지로 육성하고 있다.

홍보팀 담당자는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자연 속에서 쉼과 여유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며 "따뜻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가 기울 무렵 금강은 붉게 물들고, 숲은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긴다. 그렇게 양산팔경 둘레길의 하루도 천천히 저문다. 돌아서는 길 끝에도 오래도록 금강 물빛 하나가 마음속에 남는다.

영동 / 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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