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는 작았어도 운동장은 넓었다. 운동장에서 뛰놀다 지치면 매미 소리 요란한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그때는 동네 마당도, 학교 운동장도 아이들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요즘 학교가 조용해졌다. 왜일까? 점심시간에 잠깐 하는 축구를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어 점심시간 축구를 금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운동회 또한 다르지 않다. 아이들 함성이 '소음'이 돼버린 시대! 학교는 이제 조용함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난해 운동회 관련 112 신고 350건 중 무려 98.5%에 달하는 345건에 경찰이 현장 출동을 했다니 놀랍다.
학교 운동회 소음과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소음은 보통 사회 통념상 감수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여 교과 시간 외에 체육활동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소풍이나 수학여행과 같은 체험학습도 급감(急減) 하는 추세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며 소풍과 수학여행의 교육 효과, 안전사고와 이에 따른 책임 문제에 대한 걱정도 거론했다. 이어서 '혹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며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 했다.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은 그렇잖아도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으로 교단(敎壇)은 들끓었다. 일반 시민들도 가세하여 여러 말들이 난무했다. '대통령이 교육현장을 너무 모른다'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야기였는데 왜 이리 징징거리냐' '버릇없는 학생도 문제지만,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못된 학부모가 더 문제다' '금쪽이 같은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고, 문제가 생기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사람들의 말은,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교총)는 논평을 통해 '체험 학습 권고에 앞서, 축소 요인 파악과 현장의 어려움 해소 및 안전 담보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 했다. 교총이 교사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체험 학습 중단·폐지'에 찬성한 교사가 무려 82%에 달했다. 문제는 명확하다. 학생 지도에 교사 재량권 부여, 악성 민원을 끝없이 제기하는 학부모에 대한 제재. 그리고 교권 확립의 일환으로 악성 민원에 의한 소송에서 국가가 교사를 보호하고 기준이 모호한 '정서적 학대'를 '아동 복지법'에서 다시 정비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거리일까? 대통령은 소풍을 가자고 했는데 교사는 못 간다고 버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문제 제기를 하며 돕겠다 했고, 교사는 먼저 교육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후 '교사의 법률적 책임 및 면책 영역에 있어 불합리한 부담은 없는지 교육부와 법무부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교육 당국은 여러 차례 대안을 내놓았었다.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선언적인 문구보다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實效性)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5년 '교사 근무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년까지 근무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38%에 불과했다 한다. 정년 이전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면 교육 현장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땅의 '금쪽이' 부모는 새겨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