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의 격랑 속 두만강, 경제영토 확보해야 한다

2026.05.07 16:33:30

문장순

통일과 평화연구소장

북·러·중의 관계가 상호밀착해가면서 동북아지역에 냉전이라고 하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신냉전의 구도 속에 한국의 외교적 전략이나 경제적 실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연합해상훈련이나 첨단기술 및 인력교류를 증가시키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북아 내 북·중·러 블록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이 주목받고 있다.

원래 GTI는 1991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한 두만강유역개발계획(TRADP)에서 출발했다. TRADP는 북한, 중국, 러시아 세 나라의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하구 지역을 동북아시아의 물류·교통·관광 허브로 개발하려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국가 간 이해관계로 지지부진하다가 2005년 GTI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대상 지역도 확대했다. 현재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4개국이 정회원국이며, 북한은 2009년 탈퇴했다.

두만강지역은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적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다. 중국은 TRADP를 GTI로 다자협력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두만강 하류를 통한 동해 진출로 확보와 동북 3성 발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 연해주 지역의 경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아태경제권의 통합 목표로 철도, 가스관, 전력 등 인프라 연결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북·중·러와 연계를 통한 동해안발전과 유라시아물류망 구축이 목표다. 몽골 역시 내륙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동북아시아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물류 거점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 주변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닿아있는 곳이 두만강 지역인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당장에 GTI 공식 회원국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나진-하산-훈춘을 연결하는 핵심 위치에 있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을 위해, 중국은 동북 3성의 동해 출항권 확보를 위해 북한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다자간 협력보다는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개별적 관계를 통한 문제 해결에 더 치중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동북아지역의 상황이 북한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의 최우선 협력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국제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연대도 모색하고 있다. 더구나 202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5차 GTI 총회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4개국은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하고 북한의 재가입을 촉구했다. 북한으로서도 GTI 재가입을 고민해볼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

북한의 참여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장애물은 있다.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다자간 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설사 GTI에 참여해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성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더 선호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가입 여부는 북·중·러 연대 강화라는 지정학적 흐름 속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북핵 문제와 국제제재 완화 등 정치적 여건의 변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국도 다양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당장에는 협의체 수준의 GTI를 국제기구로 격상을 주도하고 동시에 환경·보건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협력 의제를 찾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GTI를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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