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애를 낳으라고

2026.05.06 15:09:55

이정균

시사평론가

저출산 대책을 말로만 늘어놓을 뿐 실효성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일 청주에서 응급분만이 필요한 29주차 임신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119 헬기를 이용해 부산까지 이송되어 분만 수술을 했지만 신생아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응급실 뺑뺑이 신생아 사망

애초에 해당 임신부가 입원했던 산부인과는 임신부의 출혈과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지자 충청권 병원 6곳에 긴급 전원조치를 문의했다. 그러나 모두 수용 불가 답변을 받고 119에 신고하여 부산 동아대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방당국이 전국 19개 시도 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에 환자 정보를 공유했고 각 센터는 41곳의 병원에 임신부 수용을 요청했는데 동아대를 포함한 2곳만 수용 의사를 밝혔고 34곳은 수용 거부, 5곳은 회신 대기 중 병원 선정으로 요청 취소 됐다고 한다.

응급 임신부의 수용을 거부한 충청권 병원과 다른 지역 병원의 거부 사유를 현 단계에서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 응급 분만에 관한 의료 체계가 붕괴된 점은 분명하게 확인됐다. 임신부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촌각을 다투는 응급 분만 수술을 받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전국의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미개한 의료 시스템임이 노출됐다.

이런 의료 현장을 개선하지도 못하면서 출산율을 높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러고도 애를 낳아 키우라니 얼마나 무책임한 정부 당국인가.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응급 분만을 해야 할 돌발적 상황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데 의료 현장은 거꾸로 간다.

임신부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구급차에서 출산하거나,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 수용 거부로 뺑뺑이 도중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는데도 사건 초기에만 떠들썩하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감소시키는 대책은 요원하다. 이번에도 사건이 터지자 보건복지부장관이 충북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어 전원, 이송 등 응급 대응과 산과·신생아 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인프라 부족, 책임에 비해 적은 보상, 의료사고 부담 등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안이었고 그때마다 대책이라고 내놓긴 했어도 효과가 없었는데 매번 비슷한 소리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단지 응급 분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2025년 12월 16일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한 대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핵심 대책은 복지부가 운영 중인 '광역응급의료상황실' 인력을 확충하고 여기에서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이송과 병원 간 전원을 통합 관리하는 내용이었다. 병원의 허락이 있어야 응급 이송이 가능한 구조는 시정하지 못하고 헛다리 짚는 정책이나 남발한 결과 비극이 재생산 되고 있다.

의료계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의 가장 큰 문제를 정부의 저수가 의료정책이라고 지적한다. 2020~2022년 평균 응급의료 수가 원가 보전율이 약 78.4%에 불과해 다수의 응급 의료 기관들이 적자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공성 차원에서 응급의료 운영을 지속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한다.

***충북대병원 역할 부재 책임

응급 의료 체계 붕괴에 대한 책임은 보건 당국과 의료계에 있다. 특히 이번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와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이며 권역 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된 충북대병원의 역할 부재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충북대병원이 지역거점 대학병원이면서도 의료의 질과 서비스에서 충북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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