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문제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때

2026.05.05 19:56:02

[충북일보] 청주에서 응급 분만이 필요한 산모가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태아가 숨졌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11시 3분께 청주시 흥덕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 29주 30대 산모 A 씨의 태아 심박 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의료기관은 응급 상황을 인지한 뒤 충북은 물론 충남·대전·세종 지역 병원들에 전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전문의 부재 등의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소방당국은 전국 단위로 병상을 수배한 끝에 헬기를 이용해 A 씨를 부산 소재 병원으로 이송했다. A 씨는 신고 접수 약 3시간 30분 만에 병원에 도착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태아는 끝내 숨졌다. 산부인과 응급 분만 의료인력 부족이 또다시 화를 부른 셈이다.

충북은 물론 충청권 병원 여러 곳이 응급 산모를 수용하지 못했다. 전문의 부재와 병상 부족 등이 이유였다. 산모는 끝내 헬기로 300㎞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이런 비극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엔 음성에서 진통 중이던 산모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지역만 다를 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절대적인 인프라 부족 때문이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도내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5명이다. 이중 출산·분만을 담당하는 산과(産科) 분야 전문의는 2명에 불과하다. 충북의 인구 10만 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8.8명이다.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병상이 있어도 의사가 없다. 의사가 있어도 야간·응급 당직 체계가 유지되지 않고 있다. 병상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분만 의료인력 부족은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분만실 폐업, 원정출산 증가가 이어지며 분만 인프라도 붕괴됐다. 출산을 위해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는 '원정 의료'를 부채질했다. 산부인과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분만 수가 조정, 수술실 지원,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분담금 국가 부담 등 산부인과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분만 인프라 붕괴는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아무리 강조해도 헛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시·군·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4곳에 분만 의료기관이 없다. 충북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분만의 문제는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 문제로 볼 게 아니다. 공공의료의 핵심 과제로 재정의해야 한다. 먼저 분만 취약지에 대한 인력 배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게 순서다. 조산사 교육과 활용을 확대하는 제도적 전환도 필요하다. 분만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는 공공 분만센터 설치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저출산 해법을 말하면서 출산 환경을 외면하는 건 공허하다.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을 수 있는 의료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어떤 출산 장려 정책을 도입해도 공염불이다. 안전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게 저출산 시대를 넘어서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분만 인프라는 단순히 의료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 출산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면서 출산율 반등을 얘기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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