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우진플라임 대표이사가 보은 본사 생산라인에서 사출성형기 설비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우진플라임
[충북일보] 보은의 한 산업단지에 들어서면 하나의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생산 라인에서는 사출기가 쉼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고, 바로 옆에서는 로봇이 완성품을 집어 컨베이어로 옮긴다. 같은 공간에서는 교육생들이 금형을 설계하고 사출 공정을 실습한다. 제품 생산과 자동화, 인력 양성이 한 곳에서 이어지는 구조다.
(주)우진플라임(대표이사 김익환)이 사출성형기 제조를 넘어 로봇과 디지털, 인재까지 아우르는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장비를 공급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공정 전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필요한 인력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보은에 위치한 우진플라임 본사 전경. 약 69만㎡ 규모 부지에 연구개발·생산·교육 기능이 집약된 통합 제조 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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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의 출발점은 '사출성형기'다.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이 장비는 자동차와 전자, 생활용품 등 대부분 제조업의 기초 공정에 놓여 있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로봇과 자동화, 교육 분야까지 투자를 확장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
최근 전략은 사출기에 로봇을 결합하고, 그 공정을 운영할 인력까지 직접 키워 공급하는 데 맞춰져 있다. 사출기에서 제품이 나오면 사람이 꺼내던 공정은 이제 로봇이 대신하고, 그 결과 생산 효율과 안전성이 동시에 개선되며 현장에서는 사출기 1대당 2~3명이 맡던 작업이 점차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난다. 공정은 무인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김익환 대표이사는 "사출성형 산업은 생활용품을 넘어 자동차와 방산, 우주 산업까지 확장된 제조업의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진플라임은 국내 시장에서 일정한 입지를 확보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성장 여지가 큰 만큼 해외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생산 거점이 미주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출기와 로봇을 결합한 무인 자동화 공정을 기반으로 장비 공급을 넘어 통합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우진플라임이 자체 개발한 취출 로봇 ‘WABOT’. 사출성형기와 연동해 제품을 자동으로 꺼내는 공정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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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로봇이 만들어내는 변화의 핵심은 '재현성'에 있다.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로봇은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 수행한다. 이 차이가 제품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고 생산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밀도를 넘어 반복 가능성으로 경쟁하는 제조 방식의 변화가 현장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비용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로봇 한 대 가격이 인건비 수준과 맞물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고, 사출기와 로봇을 함께 공급받아 유지보수까지 일원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장비를 개별적으로 도입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정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보은 본사에서 열린 'IN-HOUSE 2026' 전시회를 통해 사출기와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결합한 기술을 공개하며 이 같은 전략을 본격화했다. 자체 개발한 취출(금형에서 제품을 꺼내는 장치) 로봇 'WABOT'은 이러한 자동화 전략의 상징적인 결과물로, 사출기와 결합해 공정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출성형기와 연동된 취출 로봇 ‘WABOT’이 생산 라인에서 자동화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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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출기에서 로봇으로…자동화 전환의 핵심 축
우진플라임은 최근 로봇 전용 공장 준공과 함께 'WABOT' 양산에 돌입하며 자동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사출기와 로봇, 공정 제어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사출 조건 자동 최적화와 품질 예측, 로봇 연계 무인 생산 체계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자동화 전략은 탄탄한 제조 기반 위에서 가능해졌다. 사출기 한 대는 단순 조립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쇳물을 녹여 기계의 몸체를 만드는 주조 공정을 시작으로, 이를 정밀하게 다듬는 가공, 외형을 완성하는 판금과 도장, 플라스틱을 밀어내는 핵심 부품 제작을 거쳐 최종 조립에 이르는 복합 공정을 통과해야 한다. 우진플라임은 이 모든 과정을 한 공장 안에 집약해 설계부터 생산,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핵심 제어 시스템까지 직접 개발하면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우진플라임 보은 본사에 설치된 생산 공정 안내 패널. 로봇·조립·도장·자재 등 통합 제조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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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을 넘어 사람까지…2만 명 키운 교육 시스템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이를 운영할 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우진플라임이 기술교육원을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교육원은 단순한 사내 연수원이 아니라 사출성형 업계를 대상으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산업형 교육기관에 가깝다.
우진플라임은 2007년 자체 자금 40억 원을 투입해 기술교육원을 설립했다. 현재 연간 약 1천명 규모의 교육이 운영되며, 이론과 실습을 분리해 실제 사출 장비와 금형을 활용한 현장 중심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2007년 설립 이후 약 2만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구직자 과정 취업률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은 4개월 과정의 집중 교육으로, 기초 지식이 없는 교육생도 금형 제작부터 사출 공정 운용까지 전 과정을 반복 실습하며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교육 시스템의 특징은 '회사 인력 양성'이 아니라 '산업 인력 공급'에 있다. 4개월 합숙형 과정 기준 누적 수료생 약 1천500명 가운데 자사 취업 비율은 약 10% 수준에 머문다. 대부분은 협약기업 등 사출성형 업계 전반으로 흡수되며, 이는 기술교육원이 특정 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술 현장으로 들어오려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교육 수료생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크게 웃도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기술 인력 교육까지 확대되면서 인력 양성 기능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우진플라임의 변화는 단순한 사업 확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출성형기라는 전통 제조 기반 위에 로봇과 자동화, 인재 양성을 결합해 제조업의 작동 방식 자체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EBITDA 142억7천만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꼽힌다.
우진플라임은 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공정과 사람까지 함께 만드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진플라임이 기존 장비 제조업체를 넘어 로봇과 데이터 기반 생산을 결합한 스마트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보은의 한 산업단지에서 시작된 이 변화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어떤 입지를 구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은 / 이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