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왕을 원한 개구리들

2026.04.28 14:19:10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아름다운 연못에서 부족할 것 없이 살아가는 개구리들이 있었다. 너무 걱정거리 없는 나날이 계속되자 개구리들은 그 평온함이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연못에 자신들을 잡아 줄 왕이 없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 개구리들은 그 중 말발이 야무진 대표 몇 명을 꾸려 만물의 신인 제우스에게 왕을 보내달라고 호소한다. 개구리들의 요청이 살펴줄만한 사안이라고 여긴 제우스신은 연못에 크고 단단한 통나무를 내린다.

'이 통나무가 너희들의 통치자이니 받들고 존경하면 영원히 평화를 누릴 것'이라며 제우스가 통나무를 연못에 던져주자 개구리들을 기뻐 날뛰었다.

신통방통한 대왕 통나무 덕에 개구리들은 많은 혜택을 얻게 됐다. 연못에 떠 있는 통나무에 올라가 안전하게 햇볕을 즐기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통나무 주변에 많은 벌레와 지렁이 따위가 모여 붙어 힘들이지 않고 넉넉한 간식거리까지 얻게 됐다. 게다가 통나무 왕은 이래라 저래라 까탈스런 잔소리와 참견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묵묵히 연못 한쪽을 지키는 왕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흐려졌다. 개구리들은 통나무 왕을 무시하며 비웃기 시작했다.

개구리들이 무능하다 떠들어대도 통나무 왕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개구리들은 통나무 왕을 불신하게 됐다. 개구리 대표들이 다시 제우스를 찾아가 말없는 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강력한 왕을 보내 줄 것을 요구하자, 시건방진 개구리들의 태도에 화가 치민 제우스는 커다란 물뱀 한 마리를 연못에 넣어줬다.

대왕 물뱀은 대식가였다. 물 반 개구리 반인 연못에서 물뱀은 눈에 띄는 대로 개구리를 잡아 든든히 배를 채웠다. 얼마 후 연못에는 개구리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강력한 왕에게 모두 먹혀 버린 것이다.

어리석은 백성을 풍자한 이솝우화 '왕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개구리들'의 줄거리다. 이솝은 민주주의보다 강력한 참주(僭主)통치를 원했던 고대 그리스 시민들의 모습을 연못의 개구리들에 빗대 풍자했다.

참주(僭主)의 의미는 시대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비합법적 수단으로 지배자가 된 인물을 뜻했다. 제 분수를 모르고 왕처럼 우쭐대는 인간이라는 의미도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법과 주권의 통제를 거부하고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적 통치자를 일컫는다.

강력한 왕을 원하다 찍소리도 못하고 죽게 된 어리석은 개구리 이야기는 종종 '암군(暗君)형' 지도자와 '폭군(暴君)형' 지도자를 비교하는 데 인용된다.

암군형의 지도자는 무능한 자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암군은 개구리 연못의 통나무 같은 존재다.

폭군형의 지도자는 국민을 힘과 권력으로 억누르며 악행을 일삼는 자다. 국민들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폭군'을 이솝은 물뱀에 비유했다.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요구가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을 우화로 경계한 것이다. 지도자에게 주어진 절대적 권력이 국민을 괴롭히는 폭력적 지배로 이어질 수 있음에 대한 경고다.

그렇다면 판단력이 흐려 국가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암군형 지도자와 제 멋대로 권력을 휘둘러 국민의 숨통을 조이는 폭군형 지도자 중 누가 더 해악이 클까.

혹자는 잘못을 금방 간파할 수 있는 폭군형 지도자보다 국민을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위험이 높은 암군형 지도자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한다. 국민은 제 수준과 같은 지도자를 선택한다고 했다. 암군과 폭군을 모두 거를 선택은 수준 높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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