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유해약물 복용 심각하다

2026.04.22 15:13:32

이정균

시사평론가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유해약물과 마약류가 성인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10대 청소년 사회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의료용 마약류 복용 경험이 흡연 경험보다 많고, 유해 약물 최초 사용 시기가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초기에 집중되는 연령 하향화 추세를 보이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다.

***마약류에 접근 너무 쉬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술·담배, 고카페인 음료, 환각물질, 의료용 약물 오남용, 불법 마약류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이 접하는 유해약물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유해약물에 대한 온라인 정보 접근성과 또래 네트워크가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구조를 넘어 새로운 위험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전국 중·고등학생 3,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 청소년들은 유해약물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10점 만점 평균 8.0점), 유해약물과 마약류에 대한 접근이 "쉽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75.4%, 58.0%로 나타나 위험 인식과 접근 용이성이 공존하는 구조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5.2%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항불안제 등 7종의 마약류 중 최소 1개 이상을 '비의료용'으로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번이라도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4.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6개월 이내 의료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마약류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꼽은 약물로 ADHD 치료제 24.4%, 식욕억제제 20.0%, 수면제 13.3%, 신경안정제·항불안제 13.3%를 들었다. 이 가운데 ADHD 약을 한 달에 20회 이상 복용한 청소년이 23.1%, 6~19회 복용이 7.6%로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ADHD 치료제의 오남용이 가장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비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 의약품인 식욕억제제 오남용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이와 같은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시적 사용을 넘어 다이어트와 집중력 향상, 학업 효율 증진 목적에서 비롯되며 커피와 고카페인 음료 등도 자주 마셔 카페인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의료용 마약류와 카페인 의존 경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결국 오남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

청소년 유해약물 노출 양상이 의료용으로 허가된 약국과 병원을 통한 구입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 확산으로 SNS, 다크웹, 메신저 등 온라인 유통으로 다각화 되는데다 청소년 대상 약물 예방교육도 미진하여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유해약물과 마약의 위험성, 중독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래의 유혹이나 궁금증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데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아예 방치된 상태다. 단속과 사후처벌 중심인 현행 정책으로는 청소년들을 유해약물과 마약류로부터 보호하기 힘들다.

***청소년 마약 사회적 문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법 유해약물 유통과 접근 차단, 청소년 참여 예방교육 강화, 마약류에 대한 법·제도 개선, 청소년 마음 건강 돌봄과 치유 지원 등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 국가 차원의 청소년 약물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통합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청소년 마약 문제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선 사회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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