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청주 봉명동 가스폭발 사고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피해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명과 주거 피해는 집계되고 지원 논의가 이어지는 반면, 반려동물은 사실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피해 보상과 대피 모두에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최근 SNS에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반려묘 보호자의 호소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유리 파편에 고양이가 등과 다리를 다쳐 두 바늘씩 꿰매야 했다"며 "피해 접수를 위해 지자체에 문의했지만 접수 양식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큰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닌 병원 치료에 들어간 비용 보상을 요구하는 게 무리냐"고 반문했다.
실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는 아파트와 주택, 상가, 차량 등으로 구체적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반려동물 피해는 별도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은 집계 밖 피해로 남는 셈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반려동물 가족의 안전을 위한 재난 대피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다. 반려동물을 이동장에 넣고 재난 키트를 챙긴 뒤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 모든 동물을 이동장에 넣어 대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상당수 대피소가 동물 반입을 제한하고 있어 보호자와 반려동물이 분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제도적 한계도 뚜렷하다.
현행 재해구호법은 구호 대상을 '이재민', '일시 대피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어 반려동물은 이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반려동물 피해를 전혀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 즉 재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이 재난, 사고 등으로 다친 경우, 이를 재산 손해로 보아 가해자 측 보험사에 수술비·치료비·약값·병원비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진단서와 치료 기록, 피해 입증 자료 등을 개인이 직접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이 크다.
피해자 스스로 권리를 알고 챙기지 않으면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재난 대응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재난 시 동물 보호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동물 동반 대피소 운영과 최소한의 구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