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간이 정책을 말할 때 - 디지털 홍보대사의 가능성과 조건

2026.04.16 16:39:12

김윤희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울시 교통비 지원 정책을 소개하는 숏폼 영상이 유튜브에서 확산되었다. 영상 속 홍보대사 '와이티'는 인플루언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실제 인물인가요·"라는 댓글 반응이 이어졌다. 와이티는 사람이 아니다. AI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구현된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다. 이러한 반응은 우리가 이미 가상의 목소리에서도 충분히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는 더 이상 마케팅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미 이들을 정책 소통의 새로운 채널로 주목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광고로 유튜브 조회 수 1,50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가상 인간 '로지'는 2030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발탁되며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관광공사의 '여리지', 서울시의 '와이티'까지, 특정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가상 홍보대사들이 정책 현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강점은 단순히 '사람처럼 보인다'는 데 있지 않다. 24시간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고, 음주·언행 논란 같은 사생활 리스크가 없으며, 브랜드가 설계한 가치관과 어조를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에서 공공홍보의 특성과 오히려 잘 맞는 도구다.

그렇다면 가상 인간은 어떻게 정책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핵심은 '얼마나 사람처럼 느껴지느냐'에 달려 있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피부 질감 같은 외형적 완성도가 시각적 친숙함을 만들고, 공감 어린 말투와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 '대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정서적 연결감을 형성한다. 이 두 요소가 맞물릴 때 수용자는 정책 메시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정보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정책에 무관심하기 쉬운 Z세대는 딱딱한 공문서 언어보다 자신과 비슷한 감성으로 말을 건네는 존재에 더 귀를 기울인다. '정부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팔로우하는 누군가가 전해주는 정보'로 받아들이는 순간, 정책은 생활 속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다.

하지만 가능성이 클수록 넘어야 할 조건도 커진다. 가상 인간이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인공적으로 느껴질 때, 오히려 낯섦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제작 초기부터 '가상 존재임'을 명확히 밝히는 투명성, 저작권과 초상권 등 법적·윤리적 기준 마련,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기술이 앞서 달리는 동안 제도와 윤리가 뒤따르지 못한다면, 가상 인간은 신뢰의 도구가 아닌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만능 해법은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정책 메시지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유효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기술이 담아낼 진정성이다. 가상이라도 공감이 있어야 하고, 디지털이라도 신뢰가 있어야 한다. 와이티가 전한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의 생활을 바꿀 수 있었던 것처럼, 가상 인간이 정책을 말할 때 우리는 그 말 뒤에 담긴 책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