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방황해도 괜찮은 시간

2026.04.14 16:05:54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매년 상담심리학과 신입생에게 전공선택의 이유를 물으면, 그 대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선, 어린 시절부터 상담자에 대한 꿈을 키워온 학생들이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때 만났던 위클래스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경험 때문에 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돕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상담심리학과를 선택했다는 학생들이 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드는 경우도 있다.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적성에 맞아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는 학생도 있고, 앞으로의 직업 전망을 탐색해보고 취업이 잘 될 것 같아 지원했다는 학생도 있다. 반면, 특별한 고민 없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 혹은 성적에 맞춰 진학했다는 학생도 적지 않다. 심지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일단 왔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간혹 만나게 된다.

이렇게 학생마다 다른 출발선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인 마샤(Marcia, 1980)는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위기'와 '전념'의 두 축으로 설명했다. 위기는 진로나 신념,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질문하고 고민하며 탐색하는 시기를 뜻하고, 전념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와 전념의 유무에 따라 정체감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정체감 혼미'는 위기와 전념이 모두 없는 상태이다.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목표를 찾으려는 노력도 부족한 상태로, 대학 생활 자체에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정체감 유실'은 전공이나 진로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고 고민해보는 위기의 과정 없이 부모나 교사 등 중요한 타인이나 사회적 기준이 정해준 길에 자신을 맞춘 경우이다. 당장은 학업에 충실할 수 있으나 나중에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라는 의문이 닥쳤을 때 더 큰 혼란을 겪기 쉽다. 전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방황하고 고민하며 끊임없이 탐색 중이라면, 이는 '정체감 유예'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상담심리학이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에 정말 맞는지 고민하며 다른 전공 수업을 들어보기도 하고 휴학하여 직업을 가져보기도 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체감 성취'는 위기의 시간을 충분히 거친 뒤 자신이 선택한 목표나 가치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전념할 수 있는 상태이다.

대학생 시기는 흔히 '심리사회적 유예기간'이라고 불린다. 이는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기 전, 비교적 자유롭게 다양한 역할과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는 시기라는 뜻이다. 전공 공부 외에 동아리나 대외활동에 참여해 보기도 하며, 아르바이트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에 의미를 느끼는지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때로는 흔들리고, 예상과 다른 결과에 맞닥뜨리기도 하며 혼자만 멀리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시행착오와 실험을 통해 대학생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학생의 방황과 유예를 미숙함이나 나태함으로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충분히 탐색하고 경험하며 때로는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 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시간 낭비가 아니라 진짜 자기가 되어 가는 과정임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대학생을 대하는 어른에게 필요한 태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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