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유행을 넘어 신드롬처럼 이어졌던 '두바이쫀득쿠키'는 누군가에게는 기회,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기를 가져온 콘텐츠였다. 재료 수급 대란이 일어날만큼 비슷한 재료 안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들어 팔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먹고 비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하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늦게 먹어본 사람일수록 기대치도 높았다. 유명한 가게에 줄서서 사지 못하면 대체재를 선택하기도 했다. 기다림이 길었기에 맛에 대한 실망은 더 큰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고만고만한 겉모습으로 서툴게 뛰어든 여러 가게는 오히려 기존 고객까지 잃을만큼 혹평을 받았다.
'디저트의 온기'는 그 특수가 긍정적 기회로 이어진 가게다. 디저트 카페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망설이는 김미란 대표에게 지인이 강하게 권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게인만큼 하고 싶은 것만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메뉴로 발길을 끌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꽤 괜찮은 유인책이라는 판단이 섰다. 하루 10개 정도 만들기 시작했던 두바이쫀득쿠키는 가장 절정이었던 시기에 100개를 만들어도 모자랄만큼 입소문이 났다.
ⓒ디저트의온기 인스타그램
두바이쫀득쿠키로 '디저트의온기(디온)'을 알게 된 이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첫 방문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함께 맛본 다른 디저트들의 저력이다. 미란씨는 사람들의 걸음을 놓치지 않고 디저트들을 시식으로 선보였다. 갓 구운 휘낭시에와 에그타르트, 마들렌, 쿠키 등을 다양하게 준비해 디저트의 온기를 느끼게 했다. 작은 조각으로도 충분히 전해진 미란씨의 솜씨는 다른 메뉴들도 집어들게 만들어 다시 디온으로 이끌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시작한 일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등을 활용해 일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워킹맘에 대한 시선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았다. 업무와 서열, 동료들의 시선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때 관심을 갖게 된 디저트다. 사먹는 것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디저트류는 만드는 과정 자체로 힐링일 뿐 아니라 주변에 나누며 전에 없던 기쁨을 알게 했다.
디저트의온기 김미란 대표
미란씨가 원하는 재료만 사용하는 것도 다른 곳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의 비결이다. 씁쓸한 맛의 호두가 싫어 피칸을 이용하거나 식감을 고려해 통아몬드와 슬라이스 아몬드를 구분한다. 같은 재료도 어떤 형태로, 어떤 부재료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씹힌다. 오독하거나 콰작콰작 씹히는 견과류 토핑이 전체적인 고소함의 무게를 달리한다.
묵직하고 달지 않은 발로나 초콜릿을 녹여 견과류를 따로 버무리고 휘낭시에 위에 올린 뒤 식혀 다시 전체에 코팅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한입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초콜릿의 매력을 만든다. 발로나피칸, 플레인, 피칸 등 겉이 단단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쫀쫀한 속살이 버터의 풍미로 가득한 11종의 휘낭시에가 메인이다. 고객들의 의견에 따라 늘어난 메뉴도 있다. 초기에 시작했다가 덜어낸 마들렌은 손님들의 요청으로 다시 출시했다. 볼록한 부분에 가나슈를 채워넣고 초콜릿으로 코팅한 더티초코마들렌이다. 단면을 갈라도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꾸덕하게 만든 제형이 핵심이다. 한 방울도 낭비없이 입안으로 들이기 위해 고심한 농도다.
바삭하게 밀어 움푹하게 만든 파이지 속에 직접 만든 녹진한 커스터드 크림을 채운 에그타르트도 한껏 부드럽지만 흘러내리지 않고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뭉그러지는 달콤한 맛이다.
소보로를 만들다 실수로 탄생한 소보로샌드쿠키,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쿠키에 가나슈를 채우고 피칸 반쪽으로 고소함을 얹은 가나슈프레첼쿠키, 마카다미아가 얇은 쿠키와 바삭하게 씹히는 마카다미아 초코 미니쿠키 등도 간식으로 인기있는 고정 메뉴다. 틀에서 미련을 남기고 떨어지거나 초콜릿이 벗겨지는 등 약간의 상처가 남은 '오늘의 부상자'는 단골이 기대하는 할인 메뉴이기도 하다.
메뉴 개발이 계속 될 수 있는 건 다른 메뉴를 찾아 왔다가도 새로운 메뉴를 스스럼없이 담아가는 손님들의 믿음 덕이다. 정성으로 구운 따스함이 남긴 디저트의 온기가 차가운 디저트에도 포근한 자취를 남긴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