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사찰 흔적 밝힌다, 제천 소악사지 발굴 본격화

고려 전기 창건 추정, 시주 명문·석탑 등 학술 가치 주목
도굴·훼손 우려 속 긴급 조사 착수, 문화유산 가치 재조명

2026.04.14 14:39:20

고려 전기 창건 이후 조선 후기까지 존속했던 사찰 터로 추정되는 제천 소악사지.

ⓒ독자제공
[충북일보] 제천의 산중 사찰 유적이 국가 차원의 긴급 발굴 대상에 포함되며 역사적 가치 규명에 속도가 붙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매장 유산 긴급 발굴조사 지원사업 공모 결과를 발표하고 제천시 송학산 소악사지를 포함한 전국 6개 유적을 최종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수해나 도굴, 우연한 유물 발견 등으로 훼손 위험이 큰 비지정 유적을 신속히 조사·보존하기 위한 것으로 조사 비용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20개 후보지 가운데 선별된 결과다.

소악사지는 고려 전기 창건 이후 조선 후기까지 존속했던 사찰 터로 추정된다.

그동안 지표조사를 통해 석탑과 토기편, 와편 등이 확인됐으며 계곡부에는 성축 흔적과 마애각자도 남아 있다.

특히 '대덕산 소악사'의 존재를 기록한 문헌과 함께 1685년으로 판독되는 시주 명문이 확인되며 당시 사찰의 규모와 경제 기반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로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비구 승려와 지역 인물들이 참여한 시주 기록, 토지 단위 표기 등으로 보아 사세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적 내에는 고려 전기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자연 암반을 다듬어 기단처럼 활용한 점과 옥개받침 구조, 1층 탑신의 결구 방식 등이 당시 석탑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꼽힌다.

다만 주변 성축은 붕괴가 진행됐고 절터 역시 경작지로 활용되면서 유물 훼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발굴조사는 사찰의 정확한 범위와 건물 배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사리 12점을 반출했다는 기록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지정 문화유산으로의 격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현장 안전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이 일대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낙석 사고로 숨지는 일이 발생하며 비지정 유적 관리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재정 부족으로 비지정 유적의 체계적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비 지원 확대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 / 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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