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가르며 헤엄치는 특별한 소년

2026.04.13 16:09:31

이윤지

간호사·작가

만성 질환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환자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증상의 악화와 재발이 반복돼 완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질환을 안고도 수영 국가대표를 꿈꾸는 초등학교 4학년 정로운 군이 있다. 정 군이 처음 물을 만난 것은 일곱 살 때였다. 아버지와 함께 수영장에 등록한 첫날, 정 군은 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물에서 놀았다. 그날 이후 수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정 군의 세계가 됐다.

하지만 몇 달 뒤 정 군은 크론병을 진단받았다. 엉덩이 부위의 상처와 발진 때문에 부모는 수영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자 정 군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저 계속 수영하고 싶어요"였다. 수영을 막았을 때 힘들어하던 정 군의 모습을 보며, 부모도 수영이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수영을 시작한 이후 정 군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정 군이 수영에 집중하는 이유는 "열심히 하면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라는 단순한 믿음이다. 그 간절함은 곧 국가대표라는 꿈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길이 열린 것은 아니었다. 선수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 속에 첫 대회 출전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정 군은 멈추지 않았다. 두 달 뒤 다시 기회를 얻어 출전한 대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압도적인 1등이었다. 그날 이후 정 군은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고비는 계속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탓에 컨디션은 하루에도 크게 흔들린다. 대회 전날까지 괜찮다가도 당일 몸이 따라주지 않는 때도 있다.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전광판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이 길이 맞는지, 너무 무모한 도전은 아닌지 고민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쪽은 늘 정 군이었다.

정 군은 "수영장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라고 말한다. 학교생활이나 또래 관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영장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유일한 공간이다. 건강한 아이들과 같은 레인에서 겨루고, 때로는 승리하며 얻는 성취감은 정 군을 다시 물속으로 이끈다. 크론병 환아에게 필요한 특수 식이는 맛이 없어 많은 환아가 거부하지만, 정 군은 맛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꾸준히 섭취한다. 더 건강해지고 싶고, 수영도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 군의 아버지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부모는 자녀의 희귀질환 앞에서 자신을 탓하기 쉽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완치라는 기적만을 붙잡기보다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오래 버티는 힘이 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덜 외롭고 덜 무너집니다. 움츠리지 말고 함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는데 부모가 먼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도 정 군은 물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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