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진리

2026.04.08 15:48:27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13세기,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2세는 자신의 왕국을 유럽 최강의 군사 대국으로 만든 황제였습니다. 그는 유럽 최초로 '영(0)'의 개념을 도입하고, 새와 관련된 논문을 쓰고, 성문법 개정에 직접 참여한 지식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9개 국어를 구사할 만큼 언어 능력이 특출했는데, 이는 언어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어느 날 한가지 호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만약 갓 태어난 아기에게 말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기는 순수한 자연언어를 쓰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죠.

강력한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2세의 명령에 따라 부모가 없거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이 즉각 실험 대상이 되었습니다. 보모에게 하달된 실험 준칙은 이랬습니다. 1. 아기들을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보살펴야 한다. 2.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항상 청결을 유지해 귀족 자제들 못지않게 돌봐야 한다. 3. 각각 독방에서 키워야 하며, 먹일 때와 씻길 때를 제외하고는 안아주거나 스킨십을 해선 안 된다. 4. 절대 아기들에게 말을 걸어선 안 된다.

프리드리히 2세는 실험을 통해 인간의 순수한 자연언어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고, 측근들에게 장담했습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라틴어나 히브리어, 그리스어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여, 신생아들이 과연 어떤 언어를 쓰게 될것인지 신하들과 내기까지 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내기에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품에 안기지 못한 아기들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죽었기 때문입니다.

1964년 일본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던 일입니다. 경기장 확장을 위해 지은 지 3년쯤 된 건물을 헐게 되었는데,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은 뒷다리 쪽에 못이 박힌 채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집주인은 궁금증이 들어 그 못이 언제 박히게 된 것인지 연유를 알아보았습니다. 마침 지붕을 벗기던 인부들이 집을 지었던 인부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확인해 보니 집을 짓던 3년 전에 못을 박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도마뱀이 3년 동안이나 못이 박힌 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어서 모두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사람들은 이 신기한 사실의 앞뒤를 알아보기 위해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도마뱀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습니다.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못이 박힌 도마뱀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먹이를 가져다주었던 것입니다. 둘의 사이를 알아보았더니 암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친구 사이였던 것이지요.

프리드리히 2세의 실험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람은 이웃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사랑 없이도 살 수 없습니다. 항상 마주치는 가족과 이웃, 친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못 박힌 도마뱀처럼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진리인데 우리는 때때로 그것을 망각합니다. 한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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