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살고있는 딸내미 가족이 우리집에 모였다. 효도여행으로 미리 날자를 잡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나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는 순간부터 설레임이 시작되었다. 가방속에 챙길 옷들을 생각하면서 기대감도 한겹씩 늘어났다. 떠나기전날 밤 잠을 놓쳐버렸지만, 마음만은 강원도 높은 산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여행가방의 지퍼 닫는 소리조차 즐겁게 들렸다.
2026년 2월 22일 아침이 밝았다. 사위가 운전대를 먼저 잡았다.
"출~발"
손자들의 외침소리에 맞춰 승용차 바퀴가 천천히 구르면서 우리가족은 꿈의 날개를 펼친다.
앞좌석에 앉은 딸내미 안내 목소리가 경쾌하다. 2박3일 동안 여행계획을 꼼꼼히 챙겨서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운전대를 잡았던 사위는 차안에 설치된 마이크를 켜고 익살맞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운전을 맡은 심수빈입니다. 안전한 여행이되도록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편안한 여행되십시요"
우리는 모두 깔깔깔 웃었다. 딸내미부부는 대학 음악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했다. 나는 매년 음악축제 때마다 참석해서 꽃다발을 선물해주곤 했었는데, 어느새 결혼한지 9년째 알콩달콩 사업하며 잘 살고있다.
우리를 실은 자동차는 신나게 달려서 횡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큰 손자 현민이 손을 잡고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들리는 곳이지만 그곳 사람들 얼굴이 상기된 표정이다. 우리일행은 고속도로 쉼터인 그곳에서 조촐한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평창에 도착했다. 눈꽃축제장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딸내미 목소리가 명쾌하게들렸다. 하얀 눈꽃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들이 우리를 반긴다. 눈꽃축제의 유혹이 시작되었다.
"현민, 현종아 미끄러지니 조심해"
우리는 서로 붙잡고 눈사람 조각 사이를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웃음소리가 하늘가에 퍼졌다. 우리들 입에서도 입김이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눈꽃축제를 뒤로하고 승용차는 달려서 커피ㅤㅅㅑㅍ에 도착했다.
커피향이 머무는 그곳에서는 창가의 햇살이 작은 의자들을 따스하게 감싸고있다. 우리가족은 잠시 지친 몸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곳에서 서로 속삭이며 세상 근심을 내려놓고있다. 사위가 줄을 서서 커피와 빵을 시켜 들고왔다. 머그잔을 감싼 눈빛으로 서로의 웃음이 커피잔위에 맺힌다. 바깥세상은 바쁘게 지나가겠지만, 이곳에서는 한가함이 잔잔하게 흐른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히 행복하다.
첫날 밤은 강릉에서 보내기로했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은 넓고도 정갈하다. 우리 부부방과 딸내미가족 방을 통과할수있게 만들어져있다. 손자들은 왔다갔다 재롱을 피우고 서로 지친몸을 편히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