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이후, 또 다른 문턱

2026.03.15 14:41:18

이윤지

간호사·작가

A씨의 삶은 한 번의 사고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 사고 이후 전신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끊임없는 치료 끝에 약 1년 만에 비로소 '저인산효소증'이라는 낯선 진단을 받았다.

저인산효소증은 인구 약 10만 명당 1명 비율로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수십 명으로 알려졌지만, 증상이 가볍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돼 진단되지 않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유병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원인은 ALPL 유전자 이상이다. 이 유전자는 뼈와 치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알칼리인산분해효소(ALP)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 기능 저하 및 활성도 저하로 효소가 부족해지면 영아는 생명 위협과 호흡곤란, 골격기형, 발작이 나타나고, 유아는 성장·발달 지연과 구루병, 유치 조기 탈락을 겪는다. 소아·청소년은 성장통과 유사한 통증, 잦은 골절, 하지 변형이나 보행·운동능력 저하, 치아 탈락이 나타나며, 성인은 잦은 골절과 스트레스 골절, 만성 골통과 근골격계 통증,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보행장애와 치아 탈락으로 이어진다.

저인산효소증 치료 앞에는 여러 문턱이 있다. 첫 번째는 조기 진단의 어려움이다.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다른 질환과 유사해, 많은 환자가 수년간 원인을 모른 채 통증과 골절을 반복한다. 진통제와 물리 치료, 보조기를 사이 질환은 조용히 진행된다.

두 번째는 치료의 어려움이다. 현재 치료제는 '아스포타제알파(스트렌식)'가 유일하다. 이 약은 체내에 부족한 알칼리인산분해효소를 보충해주는 치료제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국내 허가 조건은 '소아기 발병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골 증상 치료'로 제한돼 있다. 낮은 ALP 수치와 높은 PLP 수치, X-ray 상 확인되는 골 증상, 그리고 만 19세 미만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성인 환자에게는 비급여다. 결국 A씨는 치료를 포기한 채 질병 진행을 막지 못하는 비타민D 등 보조제 복용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마지막 문턱은 기다림이다. 제도와 급여 기준이 완화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통증은 심해지고 움직임은 줄어들며, 일과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역할도 하나씩 사라진다. 이 기다림 속에서 환자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다. 세상에서 혼자 떨어져 나간 듯한 고립감이다. A씨는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는 세상이 아니라,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28일, 보건복지부는 '2025년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고, 약제비 부담은 완화하기 위한 약가 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을 추진한다"라고 발표했다.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환자는 병과 싸우기 전에 시스템과 먼저 싸워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포기 없는 치료'에 도달하려면, 환자에게 기다림이 아닌 선택권을 돌려주는 구체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저인산효소증 환자들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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