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이 제340회 영동군의회 임시회에 제출한 ‘노근리평화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 일부. 기념사업과 노근리교육관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동군 홈페이지 고시공고)
[충북일보] 직영 전환 논란으로 일단락된 듯했던 영동 노근리평화공원 운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영동군이 노근리평화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군의회에 다시 제출하면서다.
영동군은 9일 제340회 영동군의회 임시회 부의안건으로 '노근리평화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제출했고, 10일 군 홈페이지 고시·공고를 통해 이를 알렸다.
이번 동의안은 노근리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고 평화·인권 교육과 기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근리사건 기념사업과 노근리교육관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탁 대상 시설은 공원 내 '노근리교육관'이다. 교육관 운영과 시설 유지·관리, 교육·연수 프로그램 개발, 학술·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등이 주요 위탁 사무다. 위탁 기간은 계약 체결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이며 사업비는 국비 7억3천200만원이 투입된다.
수탁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전시·교육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법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뒤 수탁자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동의안 제출 배경에는 중앙부처의 국비 교부 조건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동군의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제337회 임시회에서 '노근리평화공원 관리·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했다. 의회는 공원 운영 과정에서 역할 구분의 불명확성, 시설 관리 책임 문제, 예산 집행 투명성 논란 등이 반복돼 왔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 이후 영동군은 의회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 시설은 군이 직접 운영하고 기념사업은 민간에 맡기는 방식의 직영 전환을 추진했다. 재단의 위탁 기간이 종료된 지난해 말 이후 올해 1월 1일부터 군 직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공원 운영 구조도 바뀌었다.
그러나 직영 전환 추진 과정에서 기존 수탁기관인 노근리국제평화재단과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두 단체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 추진"이라고 비판했고, 재단 측은 공원 운영 성과와 국제 행사 등을 언급하며 전문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재단과 영동군 간 갈등으로 시작된 논쟁은 이후 행정안전부와 영동군의회 사이의 권한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행정안전부가 노근리 관련 국비를 교부하면서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구조에 따라 민간위탁 방식으로 사업을 집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영동군은 시설 관리와 기념사업 예산을 분리해 사용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구조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교부 조건을 제시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보조금 집행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의회의 의견과 중앙부처 조건을 함께 고려해 이번 동의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은 공원 시설 관리는 직영 체제로 유지하면서도 기념사업과 교육관 운영에 한해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절충안 형태로 동의안을 제출했다. 재단과 영동군 간 갈등에서 시작된 논쟁이 행정안전부와 군의회 간 권한 문제로까지 확산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영과 민간위탁을 병행하는 구조로 다시 정리되는 흐름이다.
이번 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노근리평화공원 운영 체계는 시설 관리와 기념사업 운영이 서로 다른 주체에 맡겨지는 이원 구조로 운영될 전망이다. 직영 전환을 둘러싼 장기간 갈등 끝에 공원 운영 방식이 사실상 절충 형태로 돌아오게 되면서 향후 운영 과정에서도 긴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결정의 공은 다시 영동군의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민간위탁 동의안을 부결했던 의회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영동 / 이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