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눈빛
정근옥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국제pen한국본부 감사
살벌한 침묵의 칼끝에 권력이 앉아 왕관을 쓴다
날마다 위엄의 날을 세우며 음습의 빛을 번쩍거린다
진리는 칼집 속에서 울면서 숨죽이고 있는데,
권력은 칼날을 핥으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명욕에 예도를 잃은 바람, 언제나 칼끝을 찬미한다
피로 세운 영광은 비릿한 핏빛 얼룩의 꽃잎을 피운다
칼에도 법도가 있다, 손에 칼을 쥔 자는
칼이 자신이라 믿고, 칼을 휘두르며 복종을 강요한다
맹목의 충성은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며 파멸을 낳는다
정의의 칼날이 녹슬면, 칼 위에 세운 성은 무너져 버린다
선한 칼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은빛 별로 빛나지만,
악의 칼은 무대에서 미친 듯 망나니춤을 추다 사라진다
악행의 지배자는 칼을 믿고 권좌의 침실에서 잠들지만,
달빛에 깨어 있는 칼은 언제나 그 목을 겨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