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주변이 어두워지면 오히려 더욱 도드라지는 옥빛이다. 건물 모퉁이에 자리잡은 덕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인다. 가운데서 바라보면 은은한 옥빛 타일과 유리 아랫부분에 파도처럼 붙인 옥색 시트지가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다를 연상케한다.
'옥바당'은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옥색 바다를 강조한 이름이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에도 식탁과 벽면 등에 옥색을 활용했지만 지나치지 않도록 밸런스를 조정했다. 테이블 간격은 널찍하고 한편에 마련된 바테이블도 선택할 수 있어 일행이 있든 없든 편안하다. 깔끔한 레트로 분위기로 누구나 부담없이 들어설 수 있는 이곳은 밥집이나 카페라고 해도 어울린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숙성회 맛집임을 알고 있다. 이 골목 모퉁이는 지나면서 들어설만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와봤거나, 지인에게 추천을 받았거나, 여러번 이곳을 지나며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검색해본 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옥바당을 대충 알고 왔어도 메뉴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물고기가 채워진 수조가 없을뿐더러 회를 취급하는 집이라면 으레 새어나올법한 조금의 바다 냄새도 없어서다. 청결을 최우선 과제로 지키는 윤도영·안혜영 부부 대표의 성격과 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식점에서 맛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깨끗함이라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결과다.
ⓒ옥바당 인스타그램
싱싱한 해산물과 숙성회로 이름을 알린 옥바당은 꼭 필요한 메뉴만으로 구성된 가성비 해물포차다. 테이블을 가득 채우기 위한 이런 저런 메뉴 대신 정말 먹고싶은 메뉴 하나가 끝까지 돋보이는 실속 가득한 한상이 차려진다.
입안 가득 즐길 수 있는 두툼한 숙성회는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 메뉴다. 광어와 연어 등 적정 시간을 숙성 시켜 담백하고 쫀득한 맛을 살린 회는 다른 곁들임 메뉴 없이도 충분한 만족을 선사한다. 먹을 것만 올라간 쟁반이 가성비까지 책임진다. 도영씨 어머니 손을 빌린 묵은지는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는 회맛을 뒷받침하고 직접 농사 지어 건네주신 양배추와 고춧가루 등 정직한 재료도 맛의 비법이다. 함께 내는 초밥밥과 김 등으로 손님들이 원하는 회의 조합도 충분히 맛 볼 수 있다.
윤도영·안혜영 부부
옥바당은 이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두 번째 가게다. 처음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이었다. 수년간 운영한 가게에서 음식과 서비스는 어렵지 않았지만 작은 것까지 정해진 방식을 따라야하는 제약이 너무 많았다.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도 쓰기 어렵고 메뉴나 서비스에 손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싶어도 과정이 복잡했다. 자신들의 장점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다음 가게를 그리던 중 지인으로부터 옥바당 운영을 제안받았다. 이곳이라면 부부가 생각한 구상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기꺼이 수락한 뒤 부부의 색깔로 옥바당을 바꿔나갔다.
3월부터 9월까지 메뉴판에 올리는 물회도 인기있는 계절 메뉴다. 동치미 베이스로 직접 만든 육수와 비법 소스의 조합이 대여섯가지 해산물과 적채, 깻잎, 양파 등 신선한 채소들을 어울러 다시 찾게 만든다. 맵기 조절이 가능한 알탕은 꽃게와 새우 등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린 시원한 매콤함으로 식사 단골까지 사로잡았다.
가리비, 전복, 새우, 키조개관자, 참소라 등을 직화로 굽는 해산물 구이 모듬은 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까지 불맛 가득한 해산물의 매력을 알게한 일등공신이다. 메로턱살구이, 버터새우구이 등 아이들도 좋아하는 다채로운 메뉴들도 가족 단위 손님들이 부담없이 찾아 오는 이유다.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스크린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맛있는 음식과 여럿이 함께 즐기는 경기를 위해 단체 대관도 종종 이뤄진다.
함께 먹어도 좋고 혼자 먹어도 충분한 가성비와 신선함에 매료된 단골들의 애정이 옥빛 바다에 넘실거린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