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이라고 볼 수 없다

2026.02.25 14:40:57

이정균

시사평론가

개혁입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다 개혁법이라 볼 수는 없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그렇다. 여당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사법개혁 3법은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법안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 있다.

***위헌적 법안 강행

민주당이 사법개혁 법안을 강행 추진하는 명분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사법부 권한 남용 견제라고 한다. 그러나 야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라며 필리버스터로 맞서는 중이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도 사법부 독립성 훼손과 위헌 가능성을 들어 부작용을 우려한다.

'재판소원법'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현행 3심제를 사실상 4심제로 바꾸는 법안이어서 위헌이다. 헌법에는 최종심의 주체를 대법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소원법이 통과되면 헌재가 최종심이 되고 헌재를 대법원의 상급기관으로 두는 것이어서 헌법에 어긋난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조차 헌재가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헌재의 판결이 무오류라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3심제인 현재도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지나치게 긴 기간이 소요되고, 법률 비용 때문에 집안이 망해야 재판이 끝난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인데 4심제가 되면 국민의 부담과 피해가 너무 크다. 결국에는 최종심까지 가는 동안 가난한 자는 패소하고 부자만 승소하는 무전유죄·유전무죄를 법제화 하는 격이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으로 규정된 대법관을 26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리는 법안으로 민주당은 재판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이 증원되는 만큼 이들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들도 늘려야 하므로 하급심 판사들이 부족해져 1,2심이 지연되고 재판 심리가 부실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총 26명의 대법관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사법부 장악 의도 말고 달리 설명이 안 된다.

'법왜곡죄'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의도적인 법 왜곡이나 사실 관계 오판 등의 사유가 발견될 때 검사와 판사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검사와 판사들을 위축시켜 소신있는 수사와 재판을 기피하게 만들 게 뻔하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나 판결에 대해 고소를 남발하여 법적 안정성과 사법부 독립성을 흔들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들 법안이 사법개혁으로 포장되기는 했으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권이 밀어 붙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 퇴임 후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3중 4중의 안전판을 구축한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이처럼 정치가 사법을 난도질 하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사법부가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의해 판결해 왔고,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을 지켜 왔다면, 그래서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견지해 왔다면 오늘처럼 정치판이 마구잡이로 사법부를 쥐고 흔들려는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다.

***사법부 정치 예속

정치꾼보다 더 정치적인 판사, 권력의 비위를 맞추느라 애쓴 판결문, 서민과 약자에게만 엄격한 법원을 숱하게 봐 왔다. 이런 사법부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사법부의 독립과 중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법안은 사법개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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