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은 이러하더이다

2026.02.18 13:46:30

이정균

시사평론가

2026년 설 민심은 살기 힘들다는 걱정이 대세였다. 차라리 설과 같은 명절을 없애는 게 좋겠다는 진심어린 꿈도 헛되이 들리지 않았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이 민생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지 오래됐으며 희망적 미래가 보이지 않아 암담한 분위기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치솟는 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최악의 민생 경제

국내 소비·투자·고용 위축으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데다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렀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쇠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면서 고물가에 모두들 다시 한 번 더 놀라는 경험을 했다. 아무리 일해도 좀체 나아지지 않는 민생을 하소연하며 성토하는 소리를 듣는 게 다반사다.

설 민심을 구체적 지표에서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 15일 국회에 제출한 기술보증기금의 자료에 따르면,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위변제 해 준 중소기업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대위변제는 중소기업 등이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도록 기술보증기금이 보증을 제공하고 기업이 부실해져 갚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는 것이다.

이런 대위변제 순증액이 2024년 1조1천568억원으로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1조31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준 IBK기업은행 대출 연체율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는 수치를 보였다. 빚더미의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상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만큼 장기불황으로 국민경제가 신음하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의 절망감은 현재까지의 나쁜 경기만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 데 모아진다. 이미 지난해 4분기 국내 실질 총생산(GDP) 성장률이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권으로 밀린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 관세 압박 등 비관적 요인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안보불안도 한국경제에 언제든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설 민심에는 투전판으로 변해가는 주식시장과 코인 열풍, 수시로 돌변해 언제 또 뒤집어질지 모르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았다. 소시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정치판은 맨날 왜 그렇게 시끄럽기만 하냐는 불만도 단골 얘깃거리였다.

민생을 보듬는 게 아니라 역행하던 여야 정치권이 설을 맞아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내놨으나 공감을 얻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이 겪으시는 고단함에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 당정청이 하나가 돼 민생 현장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 행동하는 정치를 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책임 정당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거짓말들이다.

여야의 다짐을 조금이라도 실천하여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정치를 기대하지만 정국의 기상도를 감안하건데 기대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극심해진 여야 극한 대치는 진영 간 갈등을 뛰어넘어 국론 분열 양상에 달했다. 정치라기보다 총을 들지 않은 내전 수준이다.

***총 들지 않은 내전

오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정국은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크며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을 건 정당들이 선거전략 도구로 이용할 확률이 백퍼센트다. 제발 살려 달라는 설 민심은 그저 민심 일뿐, 정치한다는 그들의 관심사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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