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이해 나누는 계영배(戒盈杯) 이야기

2026.02.12 14:01:10

양선규

시인·화가

모든 절차가 간소화되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사람들마다 개성 있는 설빔을 입고 차례를 지낸다.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먹고, 웃어른께 세배하고 자식들에게 세배도 받으며 덕담을 나누는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 설을 앞두고 있다.

설을 맞이해 함께 나눌 만한, 덕담은 계영배(戒盈杯)란 술잔에 대한 이야기다. 계영배란 술잔 안에 관을 만들어 그 관의 높이까지 술을 부으면 술이 세지 않으나 관의 높이보다 높게 채우면 관속과 술의 압력이 같아져서 수압 차에 의해 술이 흘러나오는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린다.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라는 말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듯이 적당할 때 멈추어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우리에게 주는 훌륭한 삶의 지침이다.

계영배.

계영배라는 술잔은 "고대 중국에서 사람들의 과욕을 경계하려고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실학자 하백원과 도공 우명욱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이 술잔은 조선 시대 거상 임상옥의 손에 들어가는데, 그는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끝없는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고 다스려 조선 시대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끝없는 인간의 과욕을 다스리면서 일에 열중하여야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말씀으로 지나친 과욕과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스승 같은 아름다운 말씀이다.

財上平如水(재상평여수),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人中直似衡(인중직사형),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위 글은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명 대사로 유명한 최인호 작가의 상도(商道)에 나오는 이야기로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는 말은 재화의 바른 사용처를 물의 성질을 빌려 설명한 것으로 물은 일시적으로 가둘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소유될 수는 없고, 순환될 때 제 가치가 실현된다는 뜻이다".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말은 인간관계에서 정직함과 이에 기반한 신용의 중요성을 말한 것으로 물과 같은 재물을 독점하려 한다면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하고,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파멸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계영배를 뒷받침 해주는 말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세상 살아가면서 정도를 지나침은 부족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양력으로 2026년 새해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새해 다짐했던 말들이 흐트러졌다면 설날 아침 다시 마음을 다잡고 끝없는 탐욕과 욕망을 내려놓고 계영배(戒盈杯) 하는 마음으로 다 함께 행복한 설 명절 보내시고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는 병오년(丙午年) 되기를 두 손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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