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술 익는 소리

2026.02.11 19:27:02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술 익는 소리
     이승애
     충청북도시인협회
     청주문인협회 편집위원

옹알이가 시작되었다

입술이 두꺼운 큰 항아리마다
고두밥과 누룩이 섞여
옹알대기 시작했다

자갈바닥의 달큼한 두드림
깊은 우물 두레박의 인기척
가쁜 숨 참았던 폭포수 휘어지는 소리를

새의 말과 늑대의 웃음과 호랑이 발자국과
버무려 앉힌 후

왈강달강 끓어오르는 항아리에서
눈 떼지 못하던 시간의 빛깔

가로등이 밤 새워 그 소릴 지키다 스러지고
별들도 창문을 끌어당겨 들여다보고
달빛은 제 몸도 섞자고 무작정 달려들고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식욕처럼
잔 부딪고 웃음 도수를 높이다가
돌아서서 다시 뿌리를 세우는 삶

호수를 흔들어 마시던 바람으로
산골짝 흘러내린 말간 숨결로

해의 시간을 걸러 내린
만장일치의 발효

소리가 지나간 자리마다
제대로 삭힌 고요 한 동이
동그랗게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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