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가>가 남긴 질문

2026.02.11 15:04:30

이윤지

간호사·작가

1형당뇨병은 췌장의 β세포가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파괴되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그래서 인슐린을 주사 형태로 외부에서 주입해야 한다. 아직 까지는 완치가 안 되고 평생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흔히 당뇨 증상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2형당뇨병으로 오해받지만, 발병 기전과 관리 방법이 다르다. 국내에는 약 5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다. 예방은 어렵고, 진단 이후에는 평생 혈당 관리와 인슐린 투여가 필요하다. 관리가 잘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그 부담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고스란히 쌓인다.

영화 〈슈가〉는 1형당뇨병을 앓는 소년 '동명'과 그의 엄마 '미라'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질병 자체보다,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에 집중한다. 아이의 손끝에서 매일 피가 나고, 부모의 마음은 늘 불안과 죄책감 사이를 오간다. 주인공 동명은 야구를 사랑하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1형당뇨병 진단 이후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매 순간 혈당을 확인해야 하고, 먹는 것 하나, 뛰는 것 하나에도 계산이 필요하다. 영화는 이 과정을 과장하지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담담하게 그려져서 오히려 현실감을 더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실화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인 김미영 씨의 경험이 이야기의 뿌리가 되었다. 김 대표는 영화 개봉에 대해 "감격스럽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가 1형당뇨병을 진단받았던 14년 전만 해도, 질병 자체는 물론 환자와 그 가족의 삶에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환자들의 일상과 고민을 알릴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질병을 안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질병이 아이의 가능성을 미리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가능성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법과 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엄마 미라의 선택 앞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은 '법과 제도는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영화는 옳고 그름을 단정하지 않고, 관객에게 불편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고민을 던진다.

또한 미라가 아이의 질병 앞에서 깊은 죄책감에 무너질 때, 남편은 조용히 말한다. "부모나 아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 장면은 1형당뇨병을 넘어, 아픈 아이를 키우는 수많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환자 가정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제도는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환자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해 사회는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누군가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제목 '슈가'가 의미하는 바를 고민하며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 보기를 추천한다. 좋은 영화의 역할이란, 상영관을 나선 뒤에도 오래 남아 삶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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