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컬렉터들을 위한 라이브 플랫폼 : WYYYES 와이스의 PM으로서 컬렉터들의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한국의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소통으로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컬렉팅 문화를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컬렉터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흥미로운 현상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같은 장르 안에서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수집품에 과감히 투자하는 컬렉터가 늘어나는 동시에, 몇천 원짜리 가챠나 랜덤박스로 가볍게 수집을 시작하는 엔트리 컬렉터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수집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하이엔드 시장부터 살펴보면, 스포츠카드 분야에서는 희귀 카드 한 장이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피규어 시장에서도 단종된 한정판 제품이 발매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으며, 리셀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캐치하고 발 빠르게 피규어 리셀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집 문화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대체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컬렉터블 전문 경매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고,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수집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엔트리급 시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랜덤박스와 가챠 머신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되었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쿠지, 가챠 개봉기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수집의 진입 장벽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가벼운 소비'와 '작은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엔트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시작된 가챠 문화가 한국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이 양극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저는 이것이 시장의 위기가 아닌 성숙의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장이든 성장 과정에서 세분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이엔드 시장이 수집의 깊이와 전문성을 끌어올리고, 엔트리 시장이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면 두 영역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가 됩니다. 오늘 편의점에서 랜덤박스를 열어본 학생이 내일의 하이엔드 컬렉터가 될 수 있고, 숙련된 컬렉터의 애장품 이야기가 입문자에게는 동경과 목표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투기적 거래가 과열되어 수집 본연의 즐거움이 훼손될 수 있고, 엔트리 시장에서는 과도한 랜덤 요소가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시장이란 결국 양쪽 모두에서 컬렉터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와 진정성 있는 경험이 제공되는 시장일 것입니다.
결국 수집 시장의 양극화는 컬렉터 문화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의 높낮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애정의 깊이입니다. 수천만 원짜리 카드 한 장에도, 몇 천 원짜리 가챠 하나에도 그것을 선택한 사람만의 고유한 서사가 있습니다. 그 서사가 존중받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컬렉터 시장에 몸담고 있는 저와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자 책임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