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살려는 몸부림

2026.02.10 16:29:24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2020년 70.93세를 찍었던 건강수명이 점점 줄어든다는 데이터가 발표됐다. 건강수명은 심신이 건강한 상태로 활동하는 기간으로, 평균 수명에서 질병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다. 백세시대임을 자랑하지만 일생 중 겨우 60대 후반쯤까지만 골골거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통계결과가 씁쓸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4살,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보다 8.4년 정도 더 건강하게 산다는 조사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스트레스가 적고 영양상태가 양호하며 평소 검진 등을 더 잘 챙기는 사람이 건강을 누린다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먹고 살기에 어려움이 없어져 건강이 최고의 관심사가 되다보니 모임에서 입 닥치고 있어야 할 목록 중 재산, 인맥, 학벌 등과 함께 건강에 대한 자랑이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무심코 자랑인 줄 모르고 뱉은 건강과시가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경고겠다. 망가지지 않은 겉모습도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대화 역시 피하는 것이 상책이란다.

아픈 데 없느냐고 묻는 친구에게 아직 괜찮다고 한 대답이 밉상으로 욕을 먹게 된다니, 모임에 나가 약처럼 생긴 과자라도 입에 넣으며 아픈 척 엄살을 떨어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충고인가 보다.

외적인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여 노화로 오는 자연스런 신체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 (Dorian Gray syndrome)으로 명명된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노화를 인정하기 싫은 극단적인 자존심으로 인해 이러한 증상이 일어나는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가장 성공한 극작가로 명성이 높았던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유래된 용어다.

전체 인구의 약 3%가 앓고 있다는 도리언 그레이 증후군은 여성들의 병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들에게도 흔하게 발생한단다. 젊고 매력적인 모습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왜곡된 사회현상으로 인해 외모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 증상의 특징이다.

1890년 월간지 '리핀코츠먼슬리 매거진'에 연재된 후 이듬해 책으로 출판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화가 '배질'의 초상화 모델이다. 자신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한 배질의 그림을 본 모델 도리언은 젊음을 그림대로 유지하고 싶은 욕심에 자기대신 초상화가 늙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갖게 된다.

기도가 이루어져 영원히 늙지 않게 된 도리언은 미모를 무기로 방탕에 빠진다. 늙지 않는 도리언대신 함부로 산 세월을 그대로 담고 추하게 변한 초상화를 찢어 버리려 도리언은 칼을 든다. 그러나 칼을 맞은 것은 그림이 아니라 도리언 자신이었다. 형편없이 험하게 늙은 모습으로 죽어 널브러진 도리언 그레이의 시신을 젊고 아름답게 되돌아온 초상화가 내려다보고 있다.

"늙어서 무시무시해지는 내가 슬프다"고 탄식하며 막중한 풍기문란 죄로 파멸한 오스카와일드의 삶이 소설 속에 반영됐다는 평이 있다.

도리언 그레이처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아끼지 않고 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성형이나 미모관리 수준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기도 하는데,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회춘 프로젝트'를 위해 매년 30억 원 이상을 쓴다고 한다.

​ '지위를 살 수 있으나 존경은 살 수 없으며, 약과 피를 살 수 있으나 건강과 생명은 사지 못한다.'는 잠언의 구절을 되새겨야할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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