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정부와 여당이 대형 마트 새벽 배송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마련한 규제가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배만 불렸다고 보고 찾은 보완책이다. 그러나 도입 여부를 놓고 반응이 엇갈린다.
먼저 대형 마트의 새벽 배송은 골목 점포와 시장 소상인 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수산물을 비롯해 식품류를 취급하는 지역 소상인은 그만큼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아도 온라인시장의 급격한 신장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영세 상인들에게만 어려움이 닥치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 대형 마트는 매출 수익금이 지역 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칫 지역 내부의 경제 순환 고리를 붕괴시킬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몇 년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이번 발표가 대기업에 유리한 유통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골목상권에 대한 경제적 학살로 규정했다. 쿠팡의 비극을 전 유통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 국민 과로사 방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형 마트 새벽 배송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주로 택배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전반적인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새벽 배송 특성상 신선식품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미 신선식품 배송 시스템이 구축된 대형 택배사의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대형 마트 영업을 직접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은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 보호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쿠팡 등 e커머스 기업들은 대형 마트와 달리 아무 제약 없이 심야 영업과 새벽 배송을 해 왔다. 대형 마트의 발목이 묶인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는 승승장구했다. 반면 대형 마트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을 쌓아놓고도 심야 배송에 나설 수가 없다. 한참 기울어진 차별적 규제다. 소비자 불편만 키우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대형마트업계에선 이참에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미 13년 전 입법 취지 자체가 사문화됐다. 인공지능(AI) 시대다. 애초 목적과 달리 엉뚱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규제가 한둘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바꿀 건 바꿔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법 시행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대형마트 새벽배송은 유통 채널 간 경쟁 확대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무한 경쟁 상황이다. 국내 유통시장도 달라져야 한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란 대결 구도는 과거 지향적이다.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만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취지를 되새길 필요는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려는 법 제정 취지는 여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참에 대형마트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골목상권 보호책도 궁리하는 게 맞다. 노동권 보호 역시 중요하다. 합리적인 시각에서 실효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형 마트가 됐든 골목상권이 됐든,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국가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업계, 정치권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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