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전국 광역자치단체의 행정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 마치 지방선거 시간표에 맞춰 속전속결로 추진되는 듯하다. 충북을 제외한 전 국토가 특별시나 특별자치도, 특별자치시가 돼 가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간 충북만 유일하게 특별자치도가 아니어서 특별해질 지경이다.
정부는 지난달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의 통합으로 신설되는 두 지자체에 각각 4년 동안 20조 원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통합 지자체 출범을 위한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책이 나오자 다른 지자체들도 달라졌다. 그동안 소강상태였던 대구와 경북이 통합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행정통합 움직임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같은 당 소속 4선의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등과 함께 '충청북도특별자치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행정구역통합 관련 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급 계획과 관련해 충북의 역차별을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정부 지원책 발표와 관련해 "대한민국 100년을 내다보는 실질적 지방분권이 마치 정부 공모사업처럼 지역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장은 중앙정부가 한시적으로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양도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 중 일정 비율을 통합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제도 개편이 아니다. 지자체의 경계를 없애는데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 정체성과 주민 삶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공감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소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 의견수렴, 공청회,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와 숙의 절차를 거친다. 지역주민 찬반 의견을 묻는 건 기본이다. 공청회를 열고, 사업 추진으로 미칠 환경적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다.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다. 하물며 행정통합은 열배 백배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충분한 주민 설명과 동의 등의 숙의 과정 없이 입법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서두름은 되레 갈등과 분열만 초래하기 쉽다. 행정통합은 결코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결단과 추진보다는 신뢰가 우선시 돼야 한다. 인근 지자체의 동의 없이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인근 지자체와 사전 협의나 의견수렴 절차 없이 해당 시도 행정통합법안에 이웃 지자체를 명시한 건 지방자치법상 주민 참여 원칙 무시 행위다.
충북은 대전과 충남의 들러리가 아니다. 우리는 민주당이 발의한 대전·충남 행정통합 법안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 이미 보도된 대로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 중심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 4조의 문제 조항 삭제와 수정을 요구한다. 한 번 더 강조한다. 충북도민 의견수렴이나 사전 협의 절차 없이 대전·충남 행정통합법안에 충북을 명시한 건 지방자치법상 주민 참여 원칙 무시다. 대전·충남 지역에 공공기관 우선 이전 규정 조항도 역차별 우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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