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담합이 빵플레이션까지 불러

2026.02.08 19:18:01

[충북일보] 생활물가 상승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먹거리 물가가 20% 넘게 뛰었다.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보다 7%p 가까이 높다. 특히 요즘엔 빵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빵값 상승은 이른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베이글·소금빵·샌드위치가 3년 새 4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제과점은 재료비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에 시달린다. 원재료비 상승, 유통비, 인건비 부담 등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빵값 급등은 단순한 수급의 문제가 아닌 시장 실패의 결과다. 공급망 불안과 이상 기후, 인건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과 담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얼마 전 물가 상승을 유발한 제분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밀가루·설탕·전기 등 민생과 직결된 품목에서 수년간 약 10조 원 규모로 담합행위를 벌인 혐의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많은 나라가 빵값 지키기에 사활을 건다. 프랑스 정부는 한때 국민빵 바게트의 가격을 통제했다. 이집트·터키·아르헨티나 등은 금융위기 이후 고물가 시기에도 빵값만은 안정시키겠다며 정부가 개입했다. 시장이 제 기능을 잃을 때 정부 개입은 나쁘지 않다. 공정한 경쟁 질서를 다시 세우고 폭리를 막는 건 정부의 책무다. 물론 시장 개입 땐 신중하고 철저해야 한다. 시장의 실패를 고친다며 또 다른 실패를 낳아서는 안 된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1970년 136㎏에서 2024년 56㎏으로 줄었다. 반면 1인당 하루 빵 소비량은 2012년 18g에서 2018년 21g으로 늘었다. 주식으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다. 한국의 빵값이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비싸다고 한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가장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비교적 빵 가격에 둔감하다. 빵이 주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기준 가공식품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1% 오른 동안 빵 가격은 6.4% 올랐다. 빵플레이션에는 높은 인건비와 비싼 임대료 외에도 복합적 원인이 깔려 있다. 설탕은 빵의 핵심 재료다. 30%의 높은 관세 장벽으로 대기업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일부 업체들의 불공정행위가 물가 상승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생활필수품 시장 질서를 왜곡한 담합 사건을 집중수사해 총 52명을 기소했다. 가격 담합을 벌인 독과점 기업 5곳과 원가를 부풀린 제조·유통업체 6곳, 거래 질서를 어지럽힌 먹거리 유통업체 6곳의 임직원들이다. 이들 업체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생활물가를 뒤흔든 부도덕한 사건이다.

기업의 최대 가치는 이익이다. 단기적 통제보다 원가 구조와 유통 체계의 개혁이 더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폭리를 취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더 철저하게 조사해 서민의 아픈 마음을 달래야 한다. 투명한 원가 공개와 유통구조 혁신이 병행될 때 진짜 민생 안정이 가능하다. 민생이 딴 게 아니다.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다. 소비자가 싸고 질 좋은 먹거리를 소비하도록 하는 게 최고의 정치·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담합행위가 용서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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