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인 2월 4일이면 입춘이다.
1년 24절기의 첫 번째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것이다. 나는 입춘일 하루 전인 내일 퇴근을 하며 사무실 출입문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일 것이다. 집 현관문에는 수요일인 입춘 당일 입춘 시(時)에 맞추어 붙일 예정이다.
입춘첩은 입춘방(立春榜) 또는 입춘서(立春書)로 불리기도 한다. 입춘날 대문이나 들보·기둥·천장 등에 붙이는 입춘첩은, 과거 궁중에서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 올린 새해를 축하하는 시문(詩文) 가운데 뛰어난 것을 가려 대궐의 기둥에 붙였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입춘첩을 사무실 인근 절집에서 가져왔다. 때로는 고향인 음성에 있는 절집에서 가져오기도 한다. 절집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올해 가져온 입춘첩의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이외에 부모는 천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뜻인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대영(子孫萬代榮)이나, 거천재(去千災) 래백복(來百福)이라는 즉 온갖 재앙과 재난은 물러가고 모든 복이 들어오라는 뜻의 입춘첩도 있다.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전국의 어느 절집에서나 식사 공양(供養)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입춘첩 또한 희망자 누구에게나 무료로 배부를 한다.
입춘첩을 떼는 시기로는, 1년 내내 붙였다가 다음 해 입춘이 오기 전날 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또 다른 견해로는, 입춘 다음 절기인 2월 18일 '우수(雨水)'가 오기 전날에 떼기도 하고 정월대보름인 3월 3일에 떼어 달집태우기와 함께 태우거나 개별적으로 소각을 한다고도 한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각자 환경과 상황에 맞추어 선택을 하면 될 듯 싶다.
입춘은 중국에서 유래가 됐으며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요한 절기로 여겼다고 한다. 특히 농경 사회에서는 입춘을 기점으로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라는 것이다. 또한 입춘에는 오신채(五辛菜)를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오신채는 파·마늘·달래·부추·무릇 등 다섯 가지의 매운 나물을 말한다고 한다. 즉 한해의 첫 절기에 맵고 쓴 오신채를 먹으면서 삶의 쓴맛과 고단함을 미리 깨우치고 참을성을 키운다는 교훈이 들어있는 풍속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입춘날 절식(節食)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즉 입춘채(立春菜)라는 나물 반찬을 먹으며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으로, 오신채를 먹는 풍습과도 일정 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한편 하늘(天干)과 땅(地支)의 기운을 분석하는 학문인 사주명리학에서는,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긴다고 한다. 즉 계절이 바뀌면 하늘의 기운도 달라지고 사람의 운도 함께 변하는 새해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때와 사주의 간지가 바뀌는 기준이 설날이 아니고 입춘이며, 입춘 이후부터가 새해라는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1년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계절의 변화를 표기하는 달력이라고 한다. 절기는 달이 아니라,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기에 양력 체계에 속한다고 한다. 그래서 절기는 매년 일정한 시기에 돌아오며, 이는 곧 사주에서 운의 시작을 판단하는 천문학적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입춘첩을 붙이는 행위는 일종의 액막이 행위라 할 수 있겠다. 한 해의 평안과 무탈을 기원하는, 재난과 질병과 불운을 경계하며 방어하려는 기제의 표현이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입춘절을 지내거나 입춘첩을 붙이는 행위를 굳이 경계하거나 멀리하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전래의 세시풍속 중 하나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생활 습속 중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