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정부가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는 규제를 철폐키로 했다. 여기저기 대학서 인상 움직임이 감지된다. 충북 도내 대학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국교원대는 2026학년도 학부생 등록금을 지난해 대비 3.19% 인상키로 했다. 청주교대는 16일 등록금심사위원회를 열고 결정키로 했다. 서원대와 청주대는 이달 중 확정키로 했다. 충북대는 이미 2026학년도 학부생 등록금을 동결했다. 학부생 등록금은 지난 2009년부터 18년째 제자리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은 각각 2.6%씩 인상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는 시그널을 줬다. 학생 1명당 연간 평균 710만 원(사립대 800만 원, 올해 1학기 기준)인 등록금 인상 러시가 예고된 셈이다. 지금도 대학 등록금은 가계에 큰 부담이다. 하지만 대학 교육의 질은 만족스럽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 명문대의 경우 2020년 75개였던 200명 이상 대형강의가 지난해 104개로 1.4배 증가했다. 2023년 34개였던 원격강의는 올해 321개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방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강의와 원격강의가 늘어나면 강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에 걸맞게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적립금 사용처 공개 등 재정의 투명성 확보는 필수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대한민국이다. 그만큼 대학 교육이 보편 교육이 됐다. 하지만 고등교육 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0% 수준이다. 정부의 투자가 이어져야 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등록금 규제 완화만으론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사립대의 경우 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과포화 상태다.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 재정확대 방안이 절실하다. 그동안 등록금 동결 정책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반면 대학에는 큰 부담이 됐다. 대학들은 물가 상승과 인건비 상승에도 등록금을 동결해야 했다. 첨단 기자재 도입, 우수 교수진 유치, 교육 시설 개선 등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교육질 저하로 이어져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국제적인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등록금은 단순히 금전적 차원을 넘어선다.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부, 대학, 학생 간 협력과 소통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학마다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의 규제 완화로 더 많아질 게 뻔하다. 이제 대학에 등록금 결정권을 돌려줄 때다. 등록금은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대학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구조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은 매년 준다. 하지만 한계 대학의 퇴출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대학 등록금 인상은 학생과 대학이 수용 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교육 주체들끼리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고등교육재정과 등록금 체계를 동시에 재설계해야 한다. 재정 확충이 어렵다면 대학에 등록금 결정권을 돌려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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