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방에 대하여

2026.01.15 17:14:51

김창영

시인

온돌방 /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 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실천문학, 2006) 42 ~ 43쪽.

날씨가 추워지면 따스한 곳에서 차 한잔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따스한 곳을 생각한다면 보일러가 있는 방을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과거의 온돌방은 추억의 방이 돼가는 것일까요?

조향미 시인의 '온돌방'은 과거의 추억을 한 편의 시를 적어 놓은 듯합니다.

과거의 추억이라면 무엇이 생각날까요?. 먼저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할머니는' '무를 썰어 말리'는 것으로 보아 무말랭이 반찬이 생각나는군요.

'우리도'라는 시어는 형제나, 자매나, 남매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간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호박씨를 말리고 있네요.

어머니는 설이 다가와서 준비를 하는 것이 그림처럼 보이는 듯합니다.

온돌방 안에 가족과 함께 있으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군요.

온돌방은 추운 날씨와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과 '바람 쌩쌩 불고' , '문고리는 쩍쩍 얼고' 가 상반되게 보입니다.

필자는 추운 겨울을 온돌방에서 보내는 모습을 한 편의 시로 그림을 그리듯이 상상해 봅니다.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노릇노릇 토실토실'이라는 시어가 정겹게 들립니다. 마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 형상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침 나팔꽃처럼' 피어나는 형상은 조향미 시인이 느낀 감성이 아닐까요·. '아침 나팔꽃처럼'의 시어는 '장마처럼 젖은 생'과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온돌방에서 자란 사람은 어려운 일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적 화자는 '온돌방이었으면'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같은 세상은 온돌방을 찾아보기가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이 있는 온돌방도 더욱 찾기 힘든 일입니다.

필자는 그런 온돌방을 상상해 봅니다. '품어주고 키워주고'라는 시어를 보면 온돌방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아닐까요?. 온돌방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 우리 모두 온돌방이 되어 보는 건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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