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손길, 완화·재택의료

2026.01.13 13:58:29

이윤지

간호사·작가

A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과 뇌실 확장, 폐동맥고혈압 등으로 약 두 달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퇴원 이후에도 이유 모를 증상으로 약 5년간 입·퇴원을 반복했다. 결국 상급 병원으로 옮겨 여러 검사를 받은 끝에, A는 '뮤코다당증 3형(산필리포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뮤코다당증 3형은 뇌 위축으로 인해 인지와 신체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행하는 희귀 질환이다. 질병의 진행 양상은 치매와 유사해 흔히 '소아 치매'로 비유되기도 한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국내 환아 수는 극히 적고, 증상 또한 아이마다 다르다. A는 만성 폐질환, 폐쇄성 폐질환, 경련을 시작으로 청력 저하, 사시, 발달 장애까지 동반하게 됐다.

이 힘겨운 여정 속에서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준 존재는 병원 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이었다. 질환의 진행에 따라 내려야 하는 의료적 결정 앞에서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마다, 완화의료팀은 의료적 판단과 심리적 부담을 함께 나누었다. A의 형제자매를 위한 심리치료를 통해 가족 전체를 돌보기도 했다. 희귀 질환자 가정은 의료적 고민과 정서적 부담, 경제적 어려움이 동시에 겹치기 마련인데, 이 팀은 그런 가족이 고립되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존재였다.

A의 어머니는 말한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은 A의 투병 과정을 함께 걸어주는 동반자입니다. 출생 이후 계속 이유 모를 증상으로 병원을 오가다, 약 5년 만에 퇴행성 희귀 질환을 진단받았습니다. 기대수명이 짧다는 사실 앞에서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일주일에 20회가 넘는 재활 치료로 번아웃에 빠질 때도 있지만, 완화의료팀은 제 사소한 고민까지도 귀 기울여 들어주십니다."

병원에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이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가정에서는 '중증 소아 재택의료팀'이 또 하나의 의지가 되어주었다. 재택의료는 환아가 집에서도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A는 매일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위루관을 통해 경관식을 섭취하며, 휠체어를 이용해 생활하고 있다. A에게 가정은 휴식의 공간인 동시에, 치료 현장이었다.

그러나 국내 중증 소아 재택의료의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인력과 자원이 제한적이고, 병원마다 대상 기준이 달라 많은 환아가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 기존 대상자가 이사를 가거나, 치료가 종결되어야만 새로운 환아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다. 이는 환아와 가족의 삶과 안전, 그리고 의료 형평성과 직결된 문제다.

희귀 질환 환아 역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과 충분한 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와 중증 소아 재택의료는 그 권리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제도다. 입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괜찮아 보일지라도, 많은 환아와 가족은 보이지 않는 고통과 의료 공백을 견디고 있다.

A의 이야기는 한 아이만의 사례가 아니다. 희귀 질환 환아와 가족이 겪는 고충, 지원의 사각지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와 중증 소아 재택의료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는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의료 지원이 충분히 제공될 때, 많은 환아가 존엄과 희망을 지키며 삶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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